아직도 엄만 내가 뭘로 먹고사는지 모른다.
페이퍼플라워로 일을 한 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누군가는 나를 대표님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작가님이라 부른다.
여전히 어딘가 낯간지럽고 과분하게 느껴지는 호칭들이지만, 이제는 그 단어들이 예전만큼 어색하지 않은 걸 보니 꽤 오랜 시간을 이 자리에서 버텨온 모양이다.
내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종이로 꽃을 만드는 일이다. 이 단순한 설명 안에는 생각보다 여러 장면들이 들어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기도 하고, 공간이나 행사에 어울리는 꽃 작업을 제안하고 구현하기도 한다. 출강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때로는 해외에서 꽃을 배우러 우리 작업실에 찾아오시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이어가고 있고,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 클래스로 제작하기도 한다. 가끔은 전시나 프로젝트 형식으로 조금 더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일 때도 있다.
돌이켜 보면,
종이라는 한 가지 재료로 생각보다 많은 장면들을 지나왔다. 내가 몰랐던 곳까지 이 일이 나를 데려다주었다. 이것들이 지난 시간 동안 내가 해온 일들이다.
자, 다시
2017년, 갑자기 종이로 꽃을 만드는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엄마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기가 막힌 듯, 어이없다는 듯한 그 눈빛.
늘 내가 하는 일에 큰 반대 없이 믿어주던 분이었는데도 ‘종이로 꽃을 만든다’는 말에는 적잖이 당황하셨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셨지만, 결국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니… 그게 밥벌이가 되려나…”
그리고는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나는 선언을 했고, 공방을 차렸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겁대가리가 없었던 게 분명하다.
종이로 꽃을 만들어서 얼마나 벌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정말 이걸로 밥벌이를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걸까?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그때의 나는 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종이로 꽃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신기했고, 처음 해봤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는 것. 그건 분명했다.
아마 마음속 계산은 단순했을지도 모른다. ‘일단 1년만 해보자.’ 그때는 아직 어렸으니까.
잃을 것도, 따져볼 것도 지금보다는 훨씬 적었으니까.
이 글은 내가 10년 동안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조목조목 기록하려는 글은 아니다. 그만큼 기억력이 좋지도 않고, 이미 흐릿해져 버린 장면들도 너무 많다. 그저 이 글은 프롤로그 같은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 일이 대체 어떤 일인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작은 배경 설명.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드는 작업들, 해왔던 작업들 그 과정 속에서 오가는 수많은 감정들, 작고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분명했던 순간들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다.
아주 재미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깊이 공감되는 글이 될 수도 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우리 엄마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종이로 꽃을 만들어 어떻게 밥벌이를 하는지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신다.
대신 가끔, 완성된 꽃 사진을 보며
“이건 진짜 예쁘네”
한마디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