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되지 않으려면
2024.6.5 수
이십 대에 공원에서 일했다. 다년생초화류, 장미원, 일시사역 관리를 주로 담당했었다. 공원이라 주말에 사람들이 방문을 많이 했기 때문에 금토, 일월 근무조로 나뉘어서 근무했다. 스물다섯, 어렸을 때 입사했다. 사수들이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혼자 버려진 느낌도 들었다. 나 혼자 현장근무하시는 반장님과 하루 작업량을 의논하고 일정 체크하고, 버거웠다. 한여름에 모자 없이 공원에 걸어 다니면서 작업현장을 확인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서 여직원을 안 뽑으려 했구나 싶었다. 하루하루 힘들어하며 회사를 다녔지만 좋아하는 공간은 있었다.
맡은 업무 중에 장미관리카드 사진 찍기가 있었다. 일주일 중 즐거운 며칠이었다. 회사 디지털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장미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즐거웠다. 그때 알게 되었다. 장미는 접목시켜서 장미원에 심긴다는 걸 말이다. 뿌리는 병해충에 강한 찔레이고 그 위에 꽃이 아름다운 장미를 접붙인다. 그리고 비료도 주어야 하고 농약도 때마다 쳐야지 5월 말에 장미축제를 치를 수 있다.
눈에 아름다운 꽃들은 손도 많이 가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많았다. 그저 공원에 구경만 왔을 때는 몰랐다. 매일 접하면 달라진다. 생활이 되면 다르게 느껴진다. 공원에서 근무하면서, 공원의 이면을 느꼈다. 특히 놀랐던 건 활짝 핀 장미를 잘라주어야 한다는 것였다.
"0주임, 지금 안 잘라줘서 씨가 맺혀버리면 꽃이 안 펴. 자기 할 일을 다 한 거지. 그러니까 씨가 안 맺히게 해야지."
그 말을 듣는데, 장미가 안타까웠다. 얼마나 씨앗을 맺고 싶었을까.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가 할 일을 얼마나 마치고 싶었을까.
장미원 안에 있는 탐스럽고 아름다운 장미들은 계속 잘라주는데, 경계선에 있는 덩굴장미는 그대로 둔다. 자유롭게 씨앗을 맺는다. 꽃은 크고 아름답지 않지만 오히려 장미의 삶으로는 더 나은 게 아닌가 싶었다.
아름답지만 소진되는 삶
소박하지만 자유로운 삶
장미 덕분에 아직도 생각하는 영역이다. 눈에 띄는 게 행복한 일인가, 조용히 사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삶인가.
아직도 고민하는 삶이다.
장미가 아름다운 계절이 오면, 매년 생각한다.
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