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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Jun 18. 2024

혼자 남겨진 느낌

모멸감에 대하여

2024.6.18 화


2022년 12월 여행에서 구입한 책을 읽고 있다. '모멸감'이다.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와닿았다. 모멸감의 뜻을 찾다가 사전 뜻보다 더 와닿는 구절이 있어서 데리고 왔다. 


"모멸감은 나의 존재 가치가 부정당하거나 격하될 때 갖는 괴로운 감정이며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을 파괴한다. (김찬호작가님)"


모멸은 혼자 남겨진 느낌, 타인과 연결될 수 없다는 느낌과 함께 온다고 한다. 괴로울 때 혼자 있는 건 고통이다. 고통의 순간을 전달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 상실감이라는 단어와도 연결된다. 어떠한 관계에서 모멸감이 든다면, 이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 어제 내담자분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서적 소통이 없는 가족과 무미건조한 대화보다 도서관에 혼자 있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말이다. 맞은편에 앉아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그 마음이 어땠을까 떠올려보다 눈물이 왈칵 올라올 뻔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 문장이 온몸을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내가 공감했던 이유는 도서관에서 과거 나도 마주했던 감정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상담시간 동안 내담자 분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을 기울이다. 어떠한 상황은 내가 내담자 분이면 어떠할까 상상하고 몰입해서 그 감정을 느껴본다. 그래도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내담자 분들을 간절히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 편하게, 지금 이야기할 수 있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상담장면에서는 모멸감을 느낀 순간을 꺼내어놓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경계해야 할 부분들은 상담자로서 역전이가 오지 않게 하는 것. (내담자 분들의 이야기에서 나의 과거를 찾아서 느끼고 그 감정을 내담자의 감정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 아니다. 슈퍼바이저 선생님들이 그러셨다. 역전이가 와도 된다. 그럴 수밖에 없지. 하지만 상담자가 그 즉시 알아차리고 내담자의 감정과 우리 감정을 분리해라고 하셨다. 지금 나는 그러한가? 어떤 때는 그러하고, 어떤 때는 그러하지 못하다. 


2022년에는 내가 상담자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2024년 6월, 한걸음 한걸음 상담자로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고민하고, 상담하면서도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내 눈앞에 이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사실 생활하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 사람과 진정 마주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는 나의 삶의 모토에 맞게 잘 살아가고 있나 보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면, 내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이해받는다고 느끼는 순간은 상대가 나를 잘 파악하고 있고, 내 이야기를 잘 듣고 있으며 그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그때가 아닐까.

이 책에서는 '정서적 공명'이라는 단어를 썼다. 내가 느끼는 무언가를 상대가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걸 내가 느낄 수 있는 그 순간 말이다. 


 공명하는 상태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느껴졌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즉,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감정이입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적 세계가 하나의 선명한 그림으로
타인의 경험적 세계에 존재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164쪽)



이는 연대감으로 이어진다. 누군가 함께 한다는 이 느낌은 인간의 기본욕구에 속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이해받길 원한다.


세상 누군가에도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과거 나를 떠올려보면 발이 땅에서 떨어진 거 같은 불안감에 긴장하며 살았었다. 긴장은 신체적으로도 자국을 남긴다. 어깨가 뭉치고,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몸의 특정 부위에 불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개개인마다 다르다. 내 경우에는 다리였다. 그래서 과거 힘들 때마다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심리적 괴로움의 신체적 표현이었다. 몸이 나에게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만나는 내담자분들에게는 꼭 물어본다. 특정 감정을 느낄 때 신체감각에 대해서.


이 책에서도 말한다.


"좋은 관계는 모멸감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관계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그들의 유대를 견고히 하고
강화하는 길을 찾아내는 관계다." (259쪽)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려면 아무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살아갈 수 없으니, 내가 이해받을 수 있는 누군가와 오늘, 지금 이 순간 유대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땅에 발을 딛고 안정감 있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오늘,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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