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 수고많으셨습니다.“

세부에서의 한 달, 무지개 같은 시간

by 스타티스

2025.1.31 금


오늘 하루 동안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한 달 간 수고많으셨어요!“


내가 있던 세부 어학원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졸업식이 열린다. 도착한 날짜도, 돌아가는 일정도 다 다르지만, 금요일마다 함께 졸업하며 각자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특히 1월 초에 함께 입국했던 가족 연수팀들이 한꺼번에 졸업하는 날이었다.


보호자 수업을 듣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었다. 우리는 아침부터 서로 인사를 나눴다.

“한 달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본인 공부도 하고, 아이들도 케어하느라.”


연령대는 달랐지만, 우리 세 가정은 모두 두 아이와 함께 왔고, 신기하게도 목표도 같았다. “건강하게, 무사히 과정을 마치는 것.” 그리고 오늘 아침, 우리는 모두 그 목표를 이뤘다는 걸 확인했다. 다행히 크게 아픈 일 없이 한 달을 잘 마쳤다.


졸업식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학생들의 연설도 이어졌다. 내 두 딸은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 중 가장 먼저 발표를 하게 되었다. 특히 수줍음이 많은 둘째가 첫 번째 순서라 긴장했지만, 용기를 내서 마이크를 들었다. 첫째는 방송부 활동을 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지켜보는 엄마로서 참 뿌듯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학부모 학생인 나도 발표를 하라고 한 것이다.

세상에, 준비도 안 했는데! 하지만 이런 순간엔 짧게 말하는 게 정답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I’ve had a great time here. Thank you!” 한 문장만 간결하게 전했다.


첫날을 떠올려 보면,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알아듣기 어려웠고, 말하고 싶어도 영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단어를 이어서라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어 실력이 엄청 늘어난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단어 공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영어를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 오늘 마이크를 들고 한마디라도 해낸 게 참 다행이다. 중요한 건 완벽하게 잘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기회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것.


졸업식은 오후 5시 30분에 시작했다. 그때 즈음, 하늘에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그것도 쌍무지개였다.

아마 한국에 돌아가서 세부를 떠올리면 ‘무지개의 나라’ 로 기억할 것 같다.


한 달 동안 낯선 사람들이 친밀한 관계가 되고, 또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경험.

이건 마치 무지개와 같았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함께 한 달을 진하게 생활할 기회가 또 있을까?

아마 앞으로는 없을 것이다.


나에게 세부는 무지개였다.

선명하게 눈앞에 보였지만, 결국은 사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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