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수집가의 여행

도착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by 스타티스

2025.5.29 목

새벽 4시, 새로운 공간에서 잠이 들었다.

내 여행의 목적은 하나다. 나를 새로운 공간에 데려다주는 것이다. 그곳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든 그건 덤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자세히 알아보지 않는 편이다.


여행 티켓과 숙소, 그리고 여행책자만 준비한다.


과거의 '나'는 지금과 참 많이 달랐다. 하나라도 놓칠까 걱정했다. 더 많이 알아보고, 더 고민하고,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생각하고 또 했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고민했는데, 더 많이 알수록 실망은 더 빨리 찾아왔었다.


모르고 떠나니 자유롭다 느껴졌다.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그건 내 선택이었다.

도착한 공간에서 만난 모든 것이 새로웠다.



꼭 맛집이 아니어도 되고,

꼭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나는 몇 년 전에 나 자신을 #경험수집가, #공간수집가, #일상채집가로 정의하면서 여행을 대하는 마음도 변했다.

어딜 가든 새로운 공간을 수집하는 마음으로 가기에, 도착한 그곳이 어떠한 모습이든 상관없었다.

수집에 기준에는 '좋은 것'만이라는 건 없다.

'무엇이 담기든 좋다'라고 생각하면서 많은 것이 편해졌다.


오늘 도착한 이 공간에는 띄엄띄엄 비가 내렸다. 점심 먹으러 나갔다 돌아올 때는 기꺼이 비도 맞았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길 가지 않았다. 왠지 이 길로 가면 숙소가 나올 거 같아서 걸었더니, 거짓말 같이 아침 조식 먹었던 공간 바로 앞 정원으로 이어졌다.


'마음 가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내 여행 철학이다.


지금은 오후 9시 17분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리다.


내 세상이 한 시간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비가 와도 참 좋네.


오늘 새벽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홍콩'에 대한 추억을 수집할 예정이다.



두 아이와 잘 머물다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