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익숙하게

여행마음정산

by 스타티스

2025.6.3 화


지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다녀온 '홍콩여행' 정산 중이다.

이번 여행은 비와 함께 했다. 비용을 정산해 보니, 비행기값보다 숙소비용이 더 나왔다. 생각해 보면 몸이 편한 선택이었다. 새벽비행기로 가서 새벽비행기로 돌아왔으니, 십 대인 두 아이와 머무르기에는 딱 좋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쉬울까.


오늘 아침 집 근처 익숙한 산책로를 걸으며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건 무엇일까?'
난 뭘 더 하고 싶었을까.



지난 10월 핀란드여행을 떠올려봤다. 혼자서 훌쩍 떠난 여행이었다. 짐은 무거웠지만(겨울용 옷), 마음은 가벼웠다. 나만의 여행징크스가 있는데, 떠나기 전에 일이 늘어난다. 돌아왔을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게 된다. 그때도 여행 전후로 너무나 바빠서 여행을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숙소와 비행기표만 준비해 두고 갔다. 그날 여행일정은 그날 정했다.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곳은 30분이고 1시간이고 걸어갔다. 그때 마주한 풍경들이 참 좋았다. 도서관도 들르고, 작지만 조용한 해변 공원도 지나갔다. 우연히 마주한 공간들이 나에겐 선물이었다.


이번 여행과 비교해 보자. 두 아이들과 떠난 여행이다. 일단 숙소는 침대가 3개여야 했다. 홍콩 침사추이 쪽 숙소와 이번 숙소(외곽지역)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결국 몸이 편한 걸 선택했다.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꼭 1인 1 베드여야 한다고. 첫날은 저녁에 발표 수업이 있어서, 밖에 나가지 못했다. 아이들은 침대에서 휴식, 나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호텔방 한 구석에서 노트북으로 수업을 들었다. 첫날 저녁이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일정 내내 비가 오는 날이라서 그랬을까. 친구들이 소개해준 사이트, 클룩에서 야경 패키지를 예약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과거 내 기억 속 홍콩은 밤하늘 불빛이 참 예쁜 곳이었는데...


사실 내 여행의 모토는 이랬다.

"현지인들이 주말에 편하게 나들이하듯이"


그렇게 하기에 우리 숙소는 최적이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 아이와 부모님과 함께 나온 사람들, 공원에서 낮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낯선 공간에서 익숙하게 며칠을 살아내는 것"


이번 홍콩여행의 목적이었다. 목적에 잘 부합하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런데 이 허전함은 뭘까.

2프로 부족했다. 뭘까.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예전 여행과 차이점을 찾아보자.


문득 떠올랐던 공간이 미술관과 도서관이었다. 마지막 날에 도서관 방문예정이었는데, 아이들이 힘들어해서 숙소로 돌아왔었다. 딤섬도 먹으려고 했는데,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마는 바람에 계획이 변경되었다.


"그곳에 충분히 머물지 못했다"


이거였구나!


나에게 새로운 공간에 충분히 머문다는 건, 그랬다. 도서관에 들러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떠한 걸 읽는지, 책이 어떤 공간에 담겨있는지 확인해야 충분히 머무는 거였다. 미술관에 들러서, 그곳의 사람들이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신선한 충격을 받아야지 그것이 충분히 머무는 거였다.


내가 원했던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일상을 여행한다고 하지만, 소소한 자극은 필요했다.

그 호기심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돌아왔다.


여행경비를 정산하면서,

그곳에 머물렀던 마음도 정산해 본다.


‘낯선 곳에서 익숙하게 지내고 온 이번 여행’에 대한 마음 정산


내 마음이 채워진 않았지만 두 아이들과 충분히 즐거웠던 여행


첫째가 원했던 홍콩거리 사진들은 충분히 담아와서 다행이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미술관을 첫 번째로 들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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