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나'와 만남

논문지도받은 경험에 대한 기록 : 2025년 12월 18일

by 스타티스

2025.12.18 목


매월 1,3주 목요일 오전 10시-12시는 대학원 지도교수님 방 그룹 논문지도받는 시간이다.

우리 학교는 사이버 대학원이라 국내외 다양한 장소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교수님께서는 zoom으로 논문지도를 해주신다.


석사 때는 매우 막막했다. 코로나 기간이라 선배를 만날 수도 없었고, 물어볼 곳도 없었다. 어떻게 논문을 써야 할지 몰랐다. 지도 교수님은 안식년이셔서 찾아뵐 수도 없었다. 돌봄과 보호를 받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석사 논문을 겨우겨우 썼다. 당시 정규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고, 야근을 밥 먹듯 해서 새벽 2시간이 논문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논문은 탄탄하게 선행논문을 읽고 준비를 해야 한다.(오늘 지도교수님 말씀). 졸업이 간절했던 나는 그러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두 아이도 초등학교, 중학교 입학이라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눈뜨면 책상 앞에 앉아서 논문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아무리 애쓴다 한들 24시간이 30시간이 되는 건 아니었다. 어찌어찌 졸업은 했다. 하지만 나에게 '논문=무능감'이라는 자국을 남겼다. '다시는 논문 작업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오히려 나에게 잠재적 숙제를 안겨준 꼴이 되었다. 결국 박사에 입학했다.


우리 학교는 소논문 1편, 졸업논문 1편이면 졸업이 가능하다. 이제 소논문을 준비하려고 한다. 교수님은 2주간 시간을 주고 논문세미나 1차 자료를 준비하라고 하셨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니 하루가 남았다. 국내 논문을 읽고 자료를 짧게 정리했다.


이 자료를 준비하며 생각이 많았다.

'왜 이렇게 논문이 안 읽어질까?'

'나는 무엇을 피하려 하는 걸까?'


논문을 펼치기만 하면 '무능한 나'가 찾아왔다. 내가 논문을 집중해서 읽는 걸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읽을 수가 없었다. 특히 박사과정 논문은 분량도 많아서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했다.

또한 며칠 동안 잠을 설쳤고, '나는 논문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다.'는 문장이 하루 종일 내 온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석사 때 지도 교수님의 못마땅하신 얼굴과 심사과정에서 내 논문이 던져지던 기억들이 지속적으로 떠올랐다(침투적 사고). 괴로웠다. 하루 4시간 겨우 잤고 자주 깨거나 꿈을 꿔서 수면의 질도 떨어졌다.

나는 표정을 잃어갔다.


오늘 오전 10시 첫 발표는 나였다. 교수님 질문은 예리하셨다.


"00님이 연구하려는 그 주제가 학술적 개념 설명이 가능한가요?“


글을 읽긴 했지만 머릿속에 지식이 산재되어 있고 설명은 턱없이 부족했다.

강의하듯 개념을 탁탁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했다.


또한 해외 논문의 전체적 흐름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오늘 논문지도를 받고 나니,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지도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논문지도를 해주신다는 건 교수님께서 학생에 대한 관심이 있으시다는 거다. 그리고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연구 과정을 지켜봐 주시겠다는 의지이다.


그 마음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룹으로 짜주시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했다.


오늘 오후에는 대학교 친구와 약속이 있었는데, 그 친구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나의 힐링 공간으로 향했다. 점심도 먹고, 앞으로 만들 연구자료도 준비했다.


앞으로는 '무능한 나'와 '유능한 나'를 넘나들면서 마음의 곡예를 할 예정이다. 그 중간 줄타기를 잘해봐야지. 그에 대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오늘의 연구실



















두 번째 논문지도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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