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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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없음, 기대있음. 기대있음.
'기대어있으니 무너지는건가', 하고 말장난이나 적어보았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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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까지 마중 나가서 버스를 타지 않은 사람을 해저물도록 기다리는 일보다는
내 집에 고요히 앉아 책을 읽거나 부엌을 정돈하거나 수를 놓고 글을 쓰는 일이 더 낫겠다.
햇볕이 채 다 가려지지 않는 버스정류장 아래서 그 뙤약볕에 얼굴이 다 익어지는 것보다, 나의 공간과 나의 마음이 정갈하고 풍성해지는 편이 모로 보나 훨씬 더 나은 일이다.
그러다 보면 오늘 오지 않을 사람도 내일이나 다음 주쯤에는 나의 집에 들를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하던 수를 내려놓고, 잘 씻은 노오란 참외 두어 개를 깎아다 푸른빛 접시 위에 올려 내밀며,
옆집 아가가 방긋거리며 말을 걸던 모양이나, 뒷집에 활짝 핀 자줏빛 접시꽃 얘기를 싱싱하게 건넬 수 있을 것이다.
아, 아무래도 그 편이 훨씬 좋다. 당신이 오지 않는대도 그 편이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