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한 잘못, 모르고 한 잘못.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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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교통사고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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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이동수단이니까 교통사고겠지?

자전거를 타다 다른 자전거와 부딪쳤다. 쌍방과실이어서 우리는 서로 미안하게 되었다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요 며칠 자전거를 급하게 타 버릇했으니 일어날 만도 한 일이었다. 그러나 처음 경험한 일이라 당황스러웠고, 생각보다도 더 아팠다.


심하게 부딪힌 게 아니라서 별로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아프고, 또 외근을 끝내고 나서 집에 돌아와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더 아프다. 욱신욱신.


내가 이럴진대 교통사고 당사자들은 얼마나 아플까 싶었다. 혈액순환을 돕는 크림을 온몸에 바르고, 장판에 불을 넣고, 이불을 덮고 쉬어도 아프다. 욱신욱신.

너무 누워서 뻐근한 건가 싶어 일어나 밤 산책을 시작했다. 원래는 비비빅을 사러 나간 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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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같이 서늘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의 동네와 호숫가에는 기분 좋을 만큼의 북적임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흐름 속에 들어갔다. 붓고 뻐근한 몸을 달래서 바르게 몸을 세우고 또박또박 천천히 걸었다. 무리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몸을 상세히 살피며 걸었다.


몸은 이런 나를 다정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 다른 이에게는 다정도 병이 되지만 내 몸, 너에게만은 내 한정 없이 다정하여도 그릇됨이 없겠지. 다정하게 몸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다 의외의 곳에 남은 후유증들을 느끼고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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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를 꽉 잡았던 오른손이나 자전거 프레임에 받힌 오른쪽 무릎이 아픈 것은 당연하겠으나 의외로 심히 아픈 구석이 왼쪽 어깨며 목이다. 아마도 내 몸이 반대쪽으로 튕겨나가지 않도록 버텼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와의 이별도 사고 같은 것이어서 들이 받힌 것처럼 아팠다.

그러나 사고의 핵심인 이별 그 자체의 상처에 대해서는 내 지금 오른쪽 무릎처럼 좀 더 신경 써서 돌보았지만, 그 이별 속에서 튕겨나가지 않고 버텨내는데 다 써버린 나 자신에 대한 애정과 연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이 왼쪽 어깨와 목처럼 미처 알지 못했다. 날 버티게 해주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모두 소진해버린지도 모른 채, 후유증을 안은 채로 이렇게 흘러왔는지도 모르겠다.


"알고 한 잘못과 모르고 한 잘못 중에 뭐가 더 큰 지 아니?"

"음.. 알고 한 것?"

"아니. 모르고 한 잘못."

"어째서요?"

"알려고 하지 않은 게 더 큰 잘못이라고 하더구나."

오래 전, 잠시간 엄마처럼 나를 돌보아 주었던 이의 질문과 대답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알게 되었으니 잘못이 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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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에게 일어난 일로 하나라도 배웠으니 그걸로 됐다.

배운 대로 욱신거리는 몸에게는 다정하게, 욱신거리는지도 몰랐던 마음에는 겸허하고 송구한 마음으로 기색을 살피며 말을 걸고, 밤을 걸었다. 몸의 욱신거림이 마음의 들쭉거림이 호수면처럼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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