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쓰담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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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너와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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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다 못해 동이 트기를 앞둔 때였다.

더위를 피해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너와 차가운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때마침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바쁘고 무거웠던 하루가 손끝으로 빠져나갔다. 이내 눈이 슬슬 감겼다.


"졸리면 잠깐 눈 좀 붙여요."


네가 의자를 당겨 내 옆으로 와 어깨를 내주며 말했다.

검실거리는 눈을 겨우 겨우 부릅뜨느라 곤욕이었는데, 잘되었다 싶어 내 묵직한 머리를 냅다 올려놓았다. 네 어깨가 두툼한 덕에, 똥글똥글한 내 머리통도 안정감 있게 잘 올려놔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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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편안하니 더욱 깊은 잠이 몰려왔다. 눈꺼풀이 더욱 묵직해졌다.


머리가 무겁네 가볍네 크네 작네 하며 툴툴거리던 네 목소리도 잠잠해졌을 때였다.

네가 갑자기 내 머리칼을 두어 번 쓰다듬었다. 너무 조심스러워 겨우 알아차릴 수 있을만한 손길이었는데,


갑자기 감은 내 눈 속 검은 세상에 백만 개쯤 되는 별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별들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사이키 조명인가 싶도록 번쩍번쩍 별들이 요란해서 나는 잠을 몽땅 깼다. 이게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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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때문에 목이 간지러워서.." 라는 너의 조그만 뒷말은 그저 먼 메아리처럼만 들리고,

번쩍거리는 별들이 내게 뭔가를 쏘아대기라도 했는지 네 손이 지나간 자리가 온통 따끔따끔거렸다.

그리고 따끔함은 혈관을 타고 돌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 어깨도 손도 발도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줄을 몰라 그대로 가만히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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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가만히 어깨를 내어주고 있던 네가 내 눈 앞에서 위 아래로 손을 살짝 흔들었다.

움직이는 손을 보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는 고개를 살짝 숙여 내 반응을 잠시 살피고는 조그맣게 말했다.


".. 잠들었나 봐요.. 피곤할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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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거리던 내 눈 속의 무수한 별들과 온몸을 돌아다니던 따끔함, 돌처럼 굳어버린 내가 실은 잠들지 않았다는 것.

아무래도 너는 그중 어느 하나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아 나는 그제야 조금 뒤척이며 작고 긴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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