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유혹, 별다방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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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며 독서며 공부를 하겠다고 잔뜩 챙겨 카페에 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를 벌컥이며 이것저것 펼쳐보다 테이블에 가득 쌓아둔 내 책들을 보았다.
‘내 불타는 야심은 여전하고만! 핫핫핫!’
이글거리는 야심을 재확인하고는 괜히 뿌듯한 마음에 ‘이대로 소시민으로 살다가 죽지 않겠다!’ 는 나의 인생 모토를 구글 번역기에 돌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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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aelo sosimin-eulo saldaga jugji anhgessda!
I will not die as a small citizen!
한글 발음 표기와 번역을 번갈아 한 번씩 읽어보고는 혼자 빵빵 터졌다.
북적이는 동네 스타벅스의 가장 한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서.
그러나 정말 이글거리는 것이 야심이라면 작업이나 공부를 이글거리며 해야 하는데 이렇게 낄낄대고나 있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건 내 잘못이라기보다 카페인 잘못이다. 응. 카페인. 나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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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커피 몇 모금만 마시면 모든게 다 해결이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와 나를 옭아매던 생각들이나, 몇 배수로 순식간에 불어나는 고민들이 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리고 몇 모금만 더 마시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가랑잎만 굴러도 자지러진다.
만약 거기서 멈출 수만 있다면 나는 매일 커피를 마실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카페인이 떨어진 이후다. 내일의 유쾌함과 집중력과 체력을 땡겨 썼기에, 그 빚을 안고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현실자각타임은 그에 대한 고금리 이자이고.
도대체 옛날 수도승들은 이걸 마시고 어떻게 수도를 했단 말인가?
내가 커피를 마신 수도승이었다면 이렇게 하이퍼가 되어 바로 파계 직행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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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미 마셔버려서 어쩔 수 없다.
파계를 당할지언정, 내일 찾아올 현실자각타임에 무릎을 꿇을지언정,
지금 받은 카페인 버프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다.
하자! 지금, 당장. 뭐라도!
2018.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