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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슈슈 Nov 07. 2018

자전거의 바퀴가 향하는 곳

읽지 못했던 것, 보이지 못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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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앞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자전거를 만난다.
그 자전거가 나를 해치러 올 턱이 없다. 그러나 나를 향해 곧게 달려오면 당황하지 않을 턱이 없다.

‘저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가려고 하지?’ 알 수가 없어, 처음에는 그 사람의 얼굴과 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거의 부딪힐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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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그런 경험 후로는 얼굴과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
먼저 그 사람이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를 그의 앞바퀴의 각도를 보고 파악한다. 그리고 그의 앞바퀴와 내 앞바퀴 사이의 공간을 살핀다. 그리고 그 반대편 공간을 살핀다. 나의 가능 가동범위?를 살피는 것이다. 전체 공간을 파악한 후, 가장 한가운데 그러니까 가장 안전할 수 있는 동선을 체크하고 내가 먼저 그 위치를 향해 앞바퀴를 돌린다. 차분하게 그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 상대도 안심하고 자신의 동선을 유지하며 달려온다. 우리는 물 흐르듯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맞은편의 자전거는 나와 부딪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도 부딪치지 않고 지나가고 싶다.
내가 안전하고 너도 안전하길 바란다. 그것이 보통 사람의 보통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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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걸 잊을 때가 많다.

당신이 나를 상처주기 위해 달려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당신의 표정을 살피기에 급급했을 때가 많다. 부딪히리라는 예감에 휩싸인 당신은 나처럼 불안한 표정을 보인다. 나는 당황한다. 더욱 불안해진다. 흔들리는 표정의 나를 보고 당신 또한 더욱 당황한다. 결국 우리는 부딪힌다.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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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불안한 표정보다 네 앞바퀴가 어디를 향하고자 하는지를 먼저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네 불안한 표정에 불안해지기보다 내가 어느 길로 가고 싶어 하는지를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 길을 정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안전하고 네가 안전하기를 원한다고, 핸들을 틀어 그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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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거에 대한 바람은 부질없다.
'좋았을 것이다' 라는 표현은 앞으로의 내게 '그랬으면 좋겠다'며 전하는 말과 같다.

그리고 이 말들을 전할 수 없는 네게는 더 이상의 바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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