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복 사랑니 발치기_ 사랑니 너를 발로 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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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뒤,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를 비롯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 모두가 웃고 있었다. 그러나 진료실에는 숨길 수 없는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나는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걱정과는 달리 이번 발치에는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저번에 하도 고생을 하면서 스타일을 파악한 덕분에, 이번엔 쉽게 했네요."
나는 새롭게 부은 반대쪽 볼을 붙잡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보여주는 사랑니의 크기는 저번과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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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턱 신경이 지나가는 쪽이어서 위험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내 이빨 크기가 워낙 큰 데다, 삐뚜름하게 박혀있기도 해서 더욱 위험한 발치였다는 얘기를 모든 상황이 끝난 뒤에 말해주었다. 고마웠다. 미리 알았더라면 어쩔 방법도 없으면서 발치 시간 내내, 아니 이번 발치를 기다리는 3주간 내내 무서워했을 것이다.
다시 부은 볼을 싸매고, 약을 받아, 또 본가로 왔다. 저번보다 시간이 짧게 걸린 덕분인지 붓기도 조금 덜하여, 집에 와서는 어머니에게 나의 무용담을 읊을 정도가 되었다.
이 괴랄한 이빨들은 모두 아버지를 통해 내려왔으므로, 어머니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아버지 흉을 봐주었다. (음, 지금 생각해보니 꼭 나를 위해서 아버지 흉을 본 것 같지만은 않군)
"야 느그 아부지 때문에 니가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야"
"그러게 ㅋㅋ 근데 어쩐지 너무 홀가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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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했다.
형태를 가진 것은 그 형태를 지니게 된 이유가 있다, 형태 너머에는 그 모양을 결정짓는 성품이 있다고들 말한다. '관상'이나 '꼴값을 한다' 라는 표현이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것일 텐데. 그런 입장에서 본담은 나의 거대하고 삐뚜름한 네 개의 이빨들이 그렇게 생겨 있고 그렇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그런 성질/성품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종종 튀어나오는 나의 삐뚤빼뚤한 성미를 보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이리 뽑아내고 나니 마치 나의 오래고 질긴 고집이라거나 삐뚜름한 성질도 같이 뽑혀나간 듯하다. 또 그것들이 뽑혀 나가는 때가 마침내 왔다고 생각하니 나 자신과의 오랜 투쟁의 한 챕터가 끝난 것 같아 더욱 후련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가문의 오랜 고집들도 같이 품고 뽑혀나갔다면 더욱 좋겠다.
"그래, 그렇다면 좋은 일이네, 축하한다."
삐뚜름한 것들과 헤어질 때가 되었다니, 기쁘고 기쁜 일이다. 부은 볼을 씹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맑은 죽을 떠마시며 조금은 가벼운 기분을 만끽했다. 반대쪽 잇몸의 살이 아직 차오르지 않아 그 구멍에 작은 밥알들이 자꾸 들어가 성가시긴 하지만 그래도 네 개의 거친 사랑니들이 떠난 텅 빈 기분이 여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