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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짧은 첫째와 입이 아주 긴 둘째가 있다.
첫째는 입에 맞아야 먹는다. 둘째는 뭐든 입에 맞는다. 다행히 만두는 둘 다 모두 잘 먹는다. 고기를 많이 넣을 형편은 아니어서 김치만두를 한다. 젓갈을 조금만 넣은 김치는 맛이 깔끔하고 아삭아삭해서 만두를 만들기에 좋다. 김치 국물도 슴슴하여 버리지 않고 만두속을 간하는데 사용한다.
*실제로 입이 짧은 첫째 / 입이 긴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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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는 아이들의 평일 간식을 만드는데 주말을 모두 사용한다.
김치와 두부와 부추와 고기를 다지고 섞어 속을 만든다. 양이 많아 한 다라이다. 밀가루 한봉지의 가격을 생각하면, 몇 장 들어있지 않은 시판 만두피는 너무 비싸다. 사서 쓸 엄두가 나지 않아 만두피 반죽을 한다. 밀가루와 물을 치덕치덕 주무른다. 질면 밀가루를, 뻑뻑하면 물을 붓는다. 엎치락 뒷치락을 몇 번은 해야 반죽의 질기가 알맞다. 큰 덩이의 반죽을 길고 가늘게 만들고, 구슬크기로 자른다. 깨끗하게 씻은 소주병으로 눌러 민다. 길죽하고 넓적해진다. 동그란 모양을 잡는다. 만두피 한 장 완성.
* 과정샷 : 반죽덩이-길다란 애벌레모양-썰썰-소주병-밀밀
혼자 하기엔 손이 많이 든다. 양도 많다. 엄마는 삼분의 일쯤을 남기고 지쳐 잠이 든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린 딸의 놀이가 따라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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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라이의 만두를 빚다 지쳐 잠들어 버린 엄마를 뒤로 하고, 꼬마는 엄마가 남긴 만두피를 집어들고 사부작사부작 만두를 빚는다. 고사리 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윽고 다라이에 남은 만두속이 하나도 없다. 속을 가득 채운 만두들 옆에 꼬마가 나란히 앉는다. 오도카니 앉아 옆으로 잠든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는 언제 일어날까?'
꼬마는 잠이 깬 엄마에게 토닥임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그저 엄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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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빚던 주말이 지나면 다시 집에는 엄마가 없었다. 하지만 냉동실에는 만두가 가득 있었다. 만두속에는 맞벌이의 고단함이 있었다. 조용한 부엌에서 꼬마는 혼자 만둣국을 끓였다. 엄마의 고단함을 냄비에 퐁당퐁당 넣으며 딸은 자기의 외로움을 꿀꺽꿀꺽 삼켰다. 다행스럽게도 먹고 나면 마음이 뜨듯해졌다. 만두 속엔 고단함 말고 또 뭔가가 들어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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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큼 한가득 만두를 빚는 일이 없다. 빚더라도 장성한 남매가 함께 빚으니 예전만한 고단함은 아니다. 힘들지 않을 만큼만 빚는다. 이제 더이상 힘든 일은 없기를. 그리고 다 함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길, 버겁지 않은 적당함을 누리길. 충만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