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봄을 맞이하는 법 : 봄동, 봄동 겉절이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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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바람이 채 다 지나가기도 전에 시장에는 봄동이 들어서 있다.

그런 날이면 아버지는 봄동을 한 아름 품에 안고 온다.

'겨울이 끝나려나, '

어화둥둥 아버지 품에 아기처럼 안겨 우리 집에 입성한 봄동을 보며,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봄이 정말 코앞인가 생각한다.


* 아기처럼 안긴 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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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봐왔던 봄동이지만 지금껏 한 번도 입에 넣어 본 적이 없다.

납작하고 시퍼런 잎사귀가 꽤 도톰하여, 질기고 거칠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봄엔 아버지가 유난히도 맛보길 권한다. 연신 권하는 말에 못 이긴 척 한 장을 집어넣었다. 우적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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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봄동 미안.'

거칠기는커녕 부들부들하고 연하다. 게다가 달기까지 하다.

'이거 너무 오랫동안 오해했구먼.'


이 겨울에 이 연하고 달큼한 잎사귀라니.

호사스러운 기분이 들어 머뭇거리다가도, 멈출 수 없어 잎사귀를 계속해서 바삐 입안에 밀어 넣는다. 고추장만 있으면 한 사발 씻어둔 봄동이 없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입안 가득 봄동 쌈을 밀어 넣고 당차게 입을 우물거린다. 내 우물거리는 모양이 옆에 앉은 아버지와 같은 모양이다.

꿀꺽.

같은 모양의 이른 봄을 꿀꺽 삼킨다. 입에 위장에 얼굴에 봄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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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 넘게 아버지와 밥상을 같이 했다. 아홉 해 넘게 밥상을 따로 했다. 우리가 함께 할 밥상은 얼만큼 남았을까? 우리가 함께 할 봄 밥상은 얼만큼 남았을까? 우리가 함께 할 제철 봄동이 올라간 밥상은 또 몇 번쯤 남았을까?


언젠가는 '봄동을 먹는 일이 당신을 기억하는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코가 시큰해진다.

이런 괜한 생각 요즘 너무 잦다.

'쓸데없는 생각하고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입안의 봄동을 요란하게 꼭꼭 씹는다. 옆에 앉은 아버지를 슬쩍 쳐다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는 봄동이 좋은지 딸이 좋은지 웃는다. 씩씩하게 봄동을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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