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블루투스 키보드 K380
-
로지텍 블루투스 키보드 K380.
예뻐서 샀던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짙은 회색과 포인트로 사용된 노란색의 조화로움. 동글동글한 키.. 예뻐서 샀는데 지금도 예쁘니 그것으로 제 값을 다했다. 그런데 시원시원하면서도 깔끔한 폰트와 기호, 보들보들한 타격감과 상쾌한 자판소리, 최대 3개까지 잽싼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한 데다 너무 크지도 무겁지도 않으니 활용도 높음이다. 요즘 말로 최고된다.
-
최고되는 이 친구에게도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
한글과 영어를 바꾸는 단축키와, 대문자를 표시하는 단축키가 전원을 on/off 할 때마다 달라진다는 것이다. 음?
처음에는 아예 단축키 자체를 찾을 수가 없어 인터넷 검색 후 적어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것도 될 때가 있고 안될 때가 있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로지텍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야 하겠으나 고객센터 낯가림이 있어 3년째 그냥 사용 중. shift, control, command, space bar 등 얘네들 중 하나지 뭐, 하는 키들 몇 개의 조합을 막 두들기다 보면 키보드가 혼자 몰래 설정한 새로운 단축키가 찾아진다. 그럼 나는, '추린 선택지 중 뭐든 하다 보면 뭐라도 된다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잠언이구만! 핫핫핫!' 하고 만다.
물론 기분 좋을 때의 일이다.
-
사실 처음엔 사놓고 그닥 사용하지 않았는데, 핸드폰을 하도 사용해서 엄지손가락 인대가 다 늘어날 정도가 될 때쯤 되자 이 키보드가 떠올랐다. (핸드폰 안 할 생각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쨌건 이 한영키를 제외한 모든 것이 쾌적한 블루투스 키보드는 나에게 좀 더 건강한 인터넷 중독을 선사했... 던 것은 아니고, 나의 욕망을 자극하는 각종 인터넷 쇼핑과 소셜미디어 서핑에 시력과 인대를 계속해서 내던지는 것을 멈추게 하고 대신, 내가 더 ‘쓰는’ 작업에 집중하도록 도와주었다. 어떻게? 그냥 들고나가면 그렇게 됐다.
희한하게도 가방에 키보드를 넣고 나선 날에는 정말 시시껄렁한 글 한 줄이라도 꼭 쓰게 됐다.
이 현상에 시시껄렁한 이름을 붙여보자면, '무우라도 썰게 만드는 뽑은 칼 효과' 쯤?
무슨 일이건 발심發心이 가장 힘들다는 걸 생각하면, 이 무선 키보드는 정말 그 가격이 일 푼도 아깝지가 않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최고최고된다.
-
활용도 만점인 이 키보드를 보다, 발심이 너무 되어 버려 구입했던 수많은 장비들을 떠올렸다.
본견(실크) 살풀이 수건, 가야금, 무형문화재 선생님 제작의 방짜유기 꽹과리... 내 눈에 보이는데서 먼지나 이고 있으면 다행이고 어디 컴컴한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있을 것이 다수일 그 장비들을 떠올리면 나의 뜨겁고 짧은 열정에 조금의 부끄러움이 내려앉지만, 이 블루투스 키보드도 1년 넘게 묵혀있던 것을 생각하면 저 잠자는 내 방의 장비들도 다시 빛을 볼 날이 오겠지 싶다. 그때까지는 일단, 이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걸로.
타닥타닥, 타닥타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