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가 보이는 것만큼 멀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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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들어오세요."
"뭐 거의 몽고인이었다고 봐야지.. 저 언덕 너머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의 전화번호까지 읽었었다니까 내가."
호출에 따라 시력 검사실로 향하며 굳이 고개를 돌려가며 뒤에 앉아있는 동행에게 주절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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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한번 써 보실까요."
안경알을 첩첩이 넣을 수 있는 시력 검사용 안경을 쓰고 저 멀리의 모니터를 바라본다. 무슨 동산이 같은 게 그려져 있고 글자와 숫자가 들락날락거린다.
예전 검사 같았다면 조금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도 대강 짐작으로 맞추어버렸을 텐데, 요즘 기계는 신식이라 내게 딱히 묻지 않아도 내 시력을 알아낸다. 꼼수 같은 게 통할 수 없는 세상. 근데 안경 맞추러 와서 그렇게 맞추는 게 무슨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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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를 확정하고 안경테를 골랐다.
친구들의 안경을 돌려 써 볼 때마다 'B사감'이라는 소리를 하도 들었어서 안경을 걸쳐보는 것만도 도전이었는데 이제는 하나를 골라서, 실제로 착용해야 한다.
다행히 작은 타원형 일색이었던 예전과는 달리 테의 모양은 물론, 크기, 소재, 색상이 다양해졌다. 나는 윗부분에는 두께감 있는 검은 뿔테가 일직선으로 달려있고, 둥근 아랫부분은 은색 테로 되어있는 안경을 골랐다. 나중에 들었는데 그 모양 때문에 별명이 눈썹 안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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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맞추고 콘서트를 보러 갔다.
사실은 콘서트를 보려고 안경을 맞춘 것.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하는 콘서트인데 겨우 구한 티켓이 하느님석이었기 때문으로, 이래 가지고는 음악감독 및 세션으로 참여한 나의 최애의 얼굴은커녕 최애의 좌표조차 파악 못할 것 같아 다급히 안경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