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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얘기를 하다 논쟁으로 번질 때가 어쩌다 한 번씩 있다. 호전적이지는 않지만 고집스러운 구석은 있어, 그 구석이 건드려지면 상황을 잘 멈추지 못하곤 했다.
그리고 도저히 풀어나갈 상황이 아닌 것 같으면, 대강 덮어버리고 돌아섰다.
"어휴. 말이 안 통해." 하고 혼자 내뱉고 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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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버지와 얘기를 하다 끝내 언쟁으로 번졌다. 예상된 결과였다. 주제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절대 꺼내지 말아야 하는 두 가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아는데도 화가 나서 멈추지를 못했다. 격한 표현은 겨우 참았지만 불쾌함이 밀려왔다.
"어휴. 말이 안 통해."
방에 들어와 일단 귀엽고 예쁜 것들을 보았다. 덕질이라던가, 덕질이라던가, 덕질 같은 것을 하고 나니 기분이 풀렸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했다. '말이 안 통해? 당연하지. 세상에 말 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하고.
그러니 이 상황은 옹색하고 비좁은 그릇을 가진 나의 탓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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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타로 <걱정 말아요, 그대>를 배우는 중인데, 거기에서 그런다.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_"
옛날에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젠장, 뭐만 하면 내 탓 이래' 하고 투덜거렸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남 탓보단 내 탓이 훨씬 더 많다는 걸 느낀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게 내 탓이라는데 그것까진 아직 온전히 수용이 잘 안되고 말이다.. 아,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갈수록 남 탓도 못하게 된다. 눙물이 차올라서 고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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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렇게 오늘의 언쟁은 내 탓이다.
싸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만 두지 못한 점, 아버지의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은 점,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 그래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조율해가지 못한 점. 결국은 둘 다 빈정이 상하게 된 점. 모든 게 다 내 탓이다. 지지난주부터 그렇게 '어수룩합니다, 잘모릅니다.'라는 말들을 염불처럼 외웠는데, 또 이런다. 오늘 수영장 갈 때도 외우면서 갔는데, 어휴. _이를 보아, 진짜 말이 안통하는 건 나다. 확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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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슈퍼 가는 길에 도예 공방이 하나 있다. 거기에서 마음 그릇도 넓혀주거나 새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안해줄 것 같다. 이 마음, 언제 조금 넓어지려나 깊어지려나 유연해지려나 담담해지려나.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