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면 아퐈

인후염 스프레이

by 릴리슈슈

-

어떻게 큰 목감기 없이 지나가나 했더니 한 해를 얼마 안 남기고 목감기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몰아치듯 일했던 지난날이 떠오르며 갑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으나 일단 얼른 낫기나 하자고 생각을 틀었다.


내 목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어릴 때부터 바람이 그렇게 목으로 들고 난다.

컨디션이 영 안 좋은 겨울 아침에는 일어나기 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엄숙한 표정으로 침을 여러 번 꼴깍꼴깍 삼켜본다. 큰 이물감이 없으면 안도, 따끔따끔 목이 불편하면 망한 것.

오늘 아침에도 영 수상쩍어 허겁지겁 미역국 한 사발을 들이켜고 약을 먹었지만 목은 점점 부어올랐다. 안 되겠다 싶어 인후염 스프레이를 샀다. 자그마한 30ml 통에 얇고 기다란 플라스틱 분무관이 달려있는데, 꼭 뿌리는 바퀴벌레약의 미니어처 같다. 이걸 펼쳐서 내 목구멍에 겨냥해서 낑낑거리며 분사를 하고 있자니 바퀴벌레약을 맞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도 맛이 상쾌해서 다행.


하지만 붓기 시작한 목은 가라앉지를 않고.. 그러나 나의 감기를 회사에는 알리지 않는 편이 좋다. 나의 귀여운 인후염 스프레이를 잘 숨겨 나와 집에 도착했다. 집에 왔더니 뜨끈한 돼지고기 우거짓국이 한 사발 있다.

"아니 어머니 제가 이걸 어떻게 다 먹소?"

"다 먹을걸?"

다 먹었다. 먹는 폼을 보니 아무래도 이번 감기는 오래가진 않을 듯.. 뜨끈뜨끈한 국물로 부은 목을 촉촉하게 적셔주니 마음도 노곤 노곤해진다.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요 며칠 너무 늦게 자서 감기가 온 게 아닐까 싶네..'

반성도 할 줄 알게 된다.



-

'과하면 아프니까 적당히. 적당히.'

2019년의 말미까지 대자연은 나에게 아낌없이 교훈을 퍼붓는다.

뭐든 지구를 구할 기세로 달려들지 말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자꾸만 스리슬쩍 선 넘지 말고.

적당히를 알도록 하자. 남은 올해도, 내년에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더 많이 더 자주 더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