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침일기

일기

by 릴리슈슈

와 진짜 백년만이네. 브런치를 백년 만에 열었다.

백년 전 글을 보니 2020년 생일 께다. 뭐야 1년이네.

근데 너무 전생인 기분이다. 1년 전 생일에는 마스크 안쓰고 케익사러 갔을테니까..


5월부터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6월에 잠시 미라클모닝을 하다가, 이사 스트레스로 널부러졌다, 어제 오늘 다시 죠금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죠금이라고 쓴 이유는 너무 귀여울만큼만 일찍 일어났으므로..

아, 아니다. 오늘은 여섯시 반에 일어났으니까 꽤 창대하네.


눈을 껌뻑거리며 가만히 누워 있다 부스스 일어나서 세수를 했다. 뭘 하지? 할 것들을 엄청 적어 놨었는데 새벽공기가 낯설어 그런지 뭘 꺼내도 낯설다. 심지어 자기 전까지 읽던 대본집을 쳐다보는데도 낯설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일단 옷을 따뜻하게 입고 스쿼트를 열 개 한다. 추우면 전기장판에 들어가게 되니까.

그리고 아이패드를 연다. 제일 읽고 싶은데 잘 안읽어지는 경제 도서를 순서대로 읽는다. 배당주 읽고 스쿼트 스무개, 부동산 읽고 스쿼트 스무개. 그리고는 영어동영상 강의를 연다. 삼십분 공부하고 스쿼트 백 개.

그러고 나면 보상이 있어야지. 얼레벌레 김선호 영상을 몇 개 보고 잇몸을 바짝 말리다가, 골라뒀던 에세이를 읽는다. 와 이거 진짜 너무 웃겨. [아무튼 트위터] 를 읽으며 낄낄대니 출근 준비를 할 시간이다.


뭔가 아쉬운데.

그래, 아웃풋을 좀 내기로 했지. 실은 아웃풋씩이나는 아니고, 매일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를 느끼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적어놓은게 없으니 그냥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별로였다. 심지어 그 엄청난 2020년이었으니 더 그랬을 듯. 그냥 숑- 하고 지나간 기분이 들어서 아 뭐라도 흔적을 남겨야지 그 생각만 맨날 했다. 그러나 12월 들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럼 글도 써야지. 암만.


그래서 브런치를 열었다.

주소창에 주소를 입력해야하나 했는데 자주 방문한 사이트에 아직도 브런치가 남아있다. 음.

아이디는 뭐더라, 페이지를 여는 시간동안 고민했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저장되어있다. 음.

그리고 하얀 글쓰기 창을 열었다. 쓸말도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쓸데없는 글이나 쓰겠지 뭐.

그럼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음.' 그것만 써야지 했는데 여기까지 조로록 썼다.

박찬호 선생님, 저는 선생님 이해합니다. 이런 걸 보면 저도 투머치토커 아닐 리 없거든요.


'우리 뇌는 막상 시작하면 잘 한다.(음?)' 는 내용의 글을 읽었는데 (실은 한 10년 넘게 그런 글을 읽어왔음) 며칠 전에 새롭게 더욱 와닿았다. 이제 좀 생각 좀 고만하고 그냥 하자. 또 뭐든 시작해보면 꽤 할 만하고 재밌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랬으니까. 그 덕에 브런치를 열었다.


내일도 쓸지, 다른 곳에 쓸 지 어떨지 모르겠다. 그치만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날 그날 그때 그때에 알맞게 사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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