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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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딸로 살지 않겠다는 결심은 한 달에 한 번씩 갱신하는 것 같다.
늘 새롭긴 한데 전혀 짜릿하진 않은 그 결심..
밥을 먹으러 오라는 김여사의 본의를 알고 있다. 최근 기묘해진 집안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화기애애함을 애써 만들려는 시도는 건강에 상당히 유해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애쓰지 말아야지. 아, 최고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김여사가 애를 쓰고 있다. 아, 나는 같이 밥을 먹고 싶지 않다. 그러나 김여사가 애를 쓰고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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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말자.
착한 딸이 되려고 애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내게 오는 것들을 거부하려고 애쓰지도 말자.
내 비록 지금 딱히 배가 고프진 않고, 기묘한 분위기는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다는 희망찬 마음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어머니'로서 말고, '한 사람'이 어쨌거나 뭔가 하려고 하는데야 내가 거들진 못해도 잠시 자리 정도는 채울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대신 딱 거기까지. 애쓰지 말자. 식탁 위를 점령한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몰아내려고 애쓰지 말자. 숨이 막혀도 그러려니 하자. 자, 그렇게 마음 단디 먹었으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