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는 단순히 '새 청바지'인가?
(*주의: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를 '모두' 보고 오시오)
'attention'은 상큼했다. 'hype boy'는 새콤했다. 'cookie'는 달콤했다. 'hurt'는 시큼했다. 단 거기까지였다. 뉴진스. 무수히 많은 Kpop 여자 아이돌 중 조금 특이한 컨셉을 잡은, 그렇고 그런 그룹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ditto'가 나왔다. 뮤직비디오로 'side A'와 'side B'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나는 'side A'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 'side B'를 본 후에는 눈물을 흘렸다. 순식간이었다.
이유를 톺아보았다. 달리 원인이 없었다. 하니, 민지, 혜인, 다니엘, 해린이가 특별히 예쁘게 나와서도 아니다. 유난히 멋진 춤을 춰서도 아니다. 노래가 튀어서도 아니다. 나는 내가 미쳤거나, 아니면 변태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러기엔 다소 아쉬웠다. 그래서 'ditto' 뮤직비디오를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아. 답은 너무도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뮤직비디오에서 캠코더를 든 소녀, '반희수'를 주목했다. 얼굴없는 그녀가 손에서 절대 내려놓지 않는 은빛 캠코더는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이면 사람들이 집이나 야외에서 캠코더로 찍어보낸 비디오 영상이 나왔다. 먹방도 있었고, 아이들끼리 투닥거리는 모습도 있었다. 실수로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등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웃긴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가족도 이따금 영상을 찍었다. 엄마는 내가 얼굴 가득 까만소스를 묻혀가며 맨손으로 짜장면을 흡입하는 장면을 촬영했다가 두고두고 꺼내 보셨다. 그래, 그랬었다. 그래서?
'반희수'는 늘 붙어다니던 친구들, '뉴진스'의 모습이 담긴 캠코더를 부수고, 웬 남자친구와 함께 골목 저편으로 사라진다. 이것이 'ditto'의 피날레다. 감상은 천차만별일테다. 그러니 구태여 내 조악한 해석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만, 한 가지는 말하고 싶다. 내가 운 건 '반희수'의 변절 때문이다. 그녀가 부숴버린 회색 캠코더의 처참한 모습 때문이다. 어린시절의 안온한 환상과 긴 머리의 소녀들, 그녀들의 웃음소리로부터 반희수를 빼앗아가버린 '웬 남자친구' 때문이다. '반희수'의 이야기는 어른이 되기 위해 내 안의 어린 소녀를 죽여야만 했던 나 자신을 떠오르게 한다.
'ditto'는 위험한 작품이다. 십대 소녀들 여럿이 등장해 삼십대 여자 하나를 제대로 울린다. 내 안의 죽어버린 어린 소녀를 꺼내 먼지를 탈탈 털어 비디오 플레이어에 넣고, 그 아이가 지나온 순간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음미하고픈 삼십대 여자, 아니, 이 세대 모든 '내면아이 살해자'들에게 뉴진스의 'ditto'를 추천한다. 단순히 '새 청바지'로만 치부하기엔 그녀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