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싶었나 ... 나?
드라마 <멜로무비>를 보다가 전소니 배우님 (손주아역) 스타일링 (그중에서도 가방) 너무 사랑스러워 인터넷에 폭풍 검색해보았다. 아... 극중 시나리오 작가인 그녀의 직업을 감안해 그저 평범한 보세가방이려니 했는데... 500만원... 아... 남의 집 애 이름이 아닌 자그마치 오백이...
명품가방은 그 분야(?)에 관심이 없거나 정통하지 않으면 명품인줄 모른다는 건 내 착각이었다. 전소니 배우님의 아름다움을 배가해준 그 알록달록 귀엽고 사랑스런 가방들은 그렇다, 허무하게도 '명품'이었다. 명품이 뭔지도 모르는 나를 홀리게 만든 이 명품들이 나는 돌연 얄미워졌다. 이래서들 명품, 명품 하는건가?! 싶기도 했다. 물론 전소니 배우님이 들어서 더 예뻤을 수도 있지만... 그 가방들... 진심으로 깜찍했다!
나는 결혼할 때 예물예단을 생략했다. 명품가방은 '그사세'스러운, 나같은 이에겐 어울리지 않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했다. 신혼여행지에서 사달라고 남편에게 장난섞인 애교를 떨어보았지만 그나 나나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명품가방을 살 돈이 있다면 차라리 플레이스테이션과(!) VR게임기와(!) 뭐... 그런 것들...을 사리란 사실을. 그래서 명품가방이라는 건 어찌됐든 나와는 인연이 전무할 줄 알았다. 그런데 드라마 한편에 이처럼 허무히도 당하고 말다니. 약이 오르고 심술이 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명품가방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본 전력이 있다. 무엇에든 쓸데없이 날이 서 있던 대학생 시절이 그랬다. 그땐 명품백이 사치스럽고 허영심 많은 이들이나 갖는 것이라고 편협하기 이를 데 없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한날, 엄마를 위해 그간 모은 적금을 깨어 명품스카프를 지르게 되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저,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엄마의 은혜에 작게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아니, 아름다운걸 좋아하지만 인생은 그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자식들 때문이었지만)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무언가를 (그게 환상에 불과할지라도) 선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천 한 장에 자그마치 ♡♡♡원! 사면서도 미쳤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천쪼가리(!)를 아기처럼 고귀하게도 다루는 직원의 하얀장갑 낀 손과, 매장의 엄숙하고 우아한 조명과 (흡사 교회나 성당같았다), 마음을 매만지는 꽃향기 (가죽제품을 파는 곳에서 왜 꽃향기가 난 걸까? 신기했다) 에 나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명품은, 어쩔때는, 좀 누려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답기는 하다. 아름다운 걸 선망하고, 소비하고, 소중한 사람을 위해 선물하는 건, 그리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명품가방과 친해지지 못했다. 가장 극명한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money머니이고(당연하지 않은가), 또 다른 이유는 다름 아닌 합리적 의심 때문이다. 나는 내가 '오백이'를 든다고 해서 내가 전소니 배우처럼 되지는 못한다는 차가운(!) 현실에 300퍼센트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전소니 배우 역시 내가 되지 못한다. (응?하실 배우님, 이 글을 보실리도 없지만, 죄송합니다) 다시 말해, 나는 원앤온리(one and only)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는, 전소니 배우님은, 그리고 70억 인구 개개인은, 그 누구도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원앤온리, 각자만의 브랜드를 가진 인간명품들이다.
결과적으로 명품가방이 갖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 갖지 못한다는 말을 길게도 적은 건 아닐까 싶은데,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 그래도 나름 깜찍한 교훈(?)같은 것이 들어 있으니 너무 한심해하지는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