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한 숲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길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뿌연 연기와 같은 안갯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길게 뻗은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추운 듯 몸은 오싹했다. 하지만 뺨을 스치는 바람에는 훈기가 섞여 있어 걷기 힘들지 않았다.
마음이 문제였다. 나 홀로 버려진 듯한 느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막연함 막막함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목적지는 어디일까? 이 어둡고 희미한 안갯속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은 조급함을 불렀고 조급함은 불안을 데리고 왔다. 영영 이곳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숨이 다 할 때까지 헤매게 되는 건 아닐까?
아니야 조금 더 가면 이 구역을 벗어나면 밝은 햇빛 아래 빛나는 길과 알아볼 수 있는 풍경이 나타날 거야 마음속의 불안감은 희망과 싸우고 있었다.
불안이 더 크게 나타났다가 다시 작아지고 희망이 앞으로 나서기도 했지만 둘 다 믿을 수 없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이 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안갯속으로 가장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다음 장면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어디선가 작은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가 사라지곤 했다.
바닥에 보이는 황토색 흙길은 곧게 안갯속으로 뻗어있었고 나는 얼마나 걷고 있는지, 얼마나 더 걸어야 끝이 나는지 알 수 없는 길을 타박타박 걸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나무나 건물이라도 보이면 이정표로 삼을 수 있을 텐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안개만이 짙게 내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난다면 더 무서울 것 같았다. 갑자기 길이 끊어지고 망망대해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온갖 생각과 상념들로 머릿속은 가득 찼고, 불안감은 뭉게구름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툭! 갑자기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가 떼구루루 굴러갔다.
돌멩이 한 개가 왜 이리 반가울까 달려가 얼른 주웠다. 매끈하고 동글동글한 손안에 잡히는 돌멩이를 바라보다가 손에 꼭 쥐고 다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돌멩이 한 개의 파열음으로 인해 안개가 깨어지고 점점 더 옅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나의 상상일까? 현실일까? 손에 돌멩이를 움켜쥐고 길밖에 보이지 않는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곧 무언가 실체가 나타날 것 같았다.
마음속에 희망으로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요즘 주디 리브스 작가님의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365일 작가 연습』 책을 읽고 매일 짧은 글을 쓰고 있다. 가끔 밀려서 며칠 치를 한꺼번에 쓰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까지 90개를 썼다. 주어진 짧은 문장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잡아 글을 쓴다. 작가님은 글에서 이렇게 쓰는 글은 쓰레기라고 한다. 그 쓰레기 속에서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렇게 쓰다 보면 내가 어떤 것에 집중하고 글을 쓰는지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짧은 글에서 긴 장편소설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매일 쓰고 연습하는 글쓰기 훈련. 노트에 한 페이지씩 매일매일 마구잡이로 쓰다 보니 나도 기억하지 못했던 일들이 기억났다. ‘길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를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내 태도가 보이는 것 같았다. 글을 쓰면서 안개 낀 길 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희망도 절망도 예측할 수 없는 지금 내 상황이지만 작은 돌멩이 하나를 손에 쥔 것 같았다. 자꾸 쓰다 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을 키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