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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경 Dec 02. 2023

떠난 친구를 추억하며

벌써 12월이다. 이제 한 달이 지나면 새해가 온다.

그렇게 또 한 살 나이를 먹겠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늘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았던 동그란 얼굴의 내 친구 순애.

일요일 아침이면 해맑은 얼굴로 교회 가자 소리치며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곤 했던 순애가 기억난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새벽 송 돌자며 내 손을 꼭 잡고 집마다 다니며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사십 년 전 겨울을 지금보다 상당히 추웠고 옷도 변변히 입지 못했던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도 친구랑 같이 다니는 게 즐거워서 입김을 뽀얗게 내뿜으며 웃곤 했었다.

그러다 오빠에게 들켜서 혼나고, 새벽 교회에서 끓여주던 떡국을 이마를 맞대고 호호 불면서 먹곤 했다. 그 떡국은 또 얼마나 맛있었는지….

순애와 같이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겁고 행복했었다.


하지만 나는 상업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고, 일반고등학교를 다니는 순애는 대학 입학시험 준비로 바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 미아리에 있는 **주식회사 경리부에 직원으로 합격했고, 순애는 대학생이 되었다. 우리 집에 뛰어와서 합격했다고 상기된 얼굴로 환하게 웃던 순애. 그 후로 교회에 가는 게 점점 싫어졌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 늦게 퇴근하고 나면 쉬고 싶었고, 일하러 다니는 것이 부끄러웠다. 같이 교회를 다니던 또래들이 다 대학교에 가고 나만 일하러 다녔다. 그러다 보니 순애와도 서먹해지고 나만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를 일요일 아침이면 순애가 데리러 왔다. 성가대에 서야 한다며 자는 나를 깨워서 교회에 갔다. 가을이 오고 금방 12월이 지나가는 것 같다고 느낄 즈음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일하던 곳으로 순애 언니의 전화가 왔다. 독감이 걸렸는데 위독해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1982년 12월 23일 바람이 살을 에듯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떨리고 머릿속은 하얗게 바래져 갔다. 순애의 병실을 물었는데 장례식장을 알려줬다. 몸이 와들와들 떨려왔다. 장례식장에는 사진만 덩그러니 있었다. 쓰러지듯 엎드려 통곡했다. 엄마와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친구까지 가다니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어진 듯했다. 겨울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오면 떠오르는 순애.  

   


순애야 잘 지내고 있니?

너와 이별한 지 벌써 40년이 되었구나.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감기로 위중하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추운 날씨 탓이었는지 이별을 예감했었는지 몸과 마음이 와들와들 떨려 왔었어.

꿈인지 생시인지 세찬 바람에 눈을 맞으며 걸은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엄청 추웠던 기억만 남아있어. 병원에 물어 물어 도착했을 때 너는 이미 영안실로 가버린 뒤였고 웃고 있는 너의 사진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단다.

 떠나는 너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마음 아파서 실신하듯이 울음을 쏟아내었지.

선천적으로 약했던 너의 심장은 독감으로 인한 열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버렸고, 그런 모습을 봐야 했던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

순애야 잘 지내지?

그때는 짧은 이별이라고 생각하자 했었는데 벌써 사십 년이 흘렀구나.

넌 아직 내 맘속에 이십 대의 풋풋한 대학교 1학년인데, 나는 환갑에 대학생이 되었단다.

문예창작학과에 들어와서 공부하다 보니 네가 더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리 같이 대학생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그리 급히 떠났니?

지금 있는 곳은 지내기 편하니?

춥진 않니?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

많은 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몹시 그립고 보고 싶다.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예전처럼 두 손 꼭 잡고 같이 웃어보자.

어느 곳에 있더라도 늘 행복하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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