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후회되지 않게 하루를 살아가는 일
나의 삶이 자랑스러워지지 않게 된 건 제법 되었다. 어림잡아 반년쯤. 어쩌면 그것보다 더 되었을지도. 객관적인 지표들로 늘 내 삶을 남들의 그것과 비교하며 살았다. 어떤 시기는 제법 만족하기도 했지만 그 만족 역시 상대적인 것이었던지라 나보다 더 잘난 사람 옆에선 금세 박탈되고 마는 것이었다. 평균치를 내보자면, 주로 열등의 먹이가 되어 끌려다니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의 학벌, 나의 직장 등 나를 설명하는 객관적인 단어들과 나 자신을 분리하기가 힘들었다. ‘나’라는 이유만으로 자존감을 채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언제나 이유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내가 공부를 나름 잘해서, 내가 좋은 학교를 나와서 나는 나를 그나마 조금 사랑했다. 내가 처한 상황이 나빠지자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너무 못나서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시달려야 했다. 패배감이 거칠게 나를 타격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너, 성격이 많이 죽었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 스무 살 시절, 대학교 때문에 자격지심이 들 땐 미련 없이 자퇴하고 재수하는 깡이 있었으면서 이젠 자격지심이 들면 그런 감정 앞에 수그려버리다니. 너답지 않다는 십년지기 친구의 말에 그런 게 나다운 거였냐며 멍청하게 반문했다.
어쩌면 그녀의 눈에 비친 나는 늘 쟁취하며 작아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전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잔뜩 웅크려있지만 예전의 나는 지고 싶지 않아 한 번 더 해내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실패가 두려워 우왕좌왕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어릴 적 내가 안다면 분명 비웃었겠지. 안다. 망설이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내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삶을 살기’가 재수를 결심하던 시절 나의 목표였는데 오늘 나의 첫 문장이 ‘나의 삶이 자랑스러워지지 않게 된 건 제법 되었다’라니. 분명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데 삶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걸까. 나는 나의 2023년 한 해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될까. 알 수 없는 일. 알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오늘이 후회되지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