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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니 Feb 18. 2023

그리운 것들엔 날개가 없다

지나가버린 것들

겪지 않아도  것들을 겪었고 겪어야만 했던 것들을 겪지 못했다.  청춘의 팔 할이 그러한 문법으로 흘러갔다. 흐르는 것들을 붙잡을  있는 힘이 내겐 없었고 어떠한 것들은 필연적으로 저물어갔다. 그렇게 하나의 시기를 통과해내고 나면  다른 시련을 맞닥뜨렸고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러한 방식으로  뼘씩, 또는  뼘씩 자라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어떤 해를 보내고 매년 여름이 조금씩 길어지는 병을 앓았다. 짧아진 그림자를 가지고 걷는 일이 퍽 쉽지 않았다. 나의 뿌리는 얕고 얇아서 어딘가 정착하는 일이 꽤나 어려웠다. 무리의 일원이 된다는 게 언제나 숙명 같았다. 마음을 주고 나누어 받는 것이 늘 숙제였다. 조금은 어려웠고 그래서 차라리 때론 혼자가 편했다.


끝내 참석하지 않았던 나의 마지막 졸업식. 언제인지도 모르게 폐기되었을  마지막 졸업장. 학사모를 던지는 sns  후배들을 보며 명확하게 끝맺지 못한 6년을 곱씹었다. 졸업을 했다는 전산상의 기록  줄만을 남긴  6년이 휘발했다. 졸업장도, 친한 동기  명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인생의 6년이 흘러갔다. 생각하면 언제나  안이 썼다.


인생의 한 마디를 후회로 남겨두는 것은 꽤나 쓰라린 일이었다. 통과해 낸 자리마다 구석구석 흔적이 남았다. 6년이 지났고 졸업을 했지만 그 대가로 수년간 항우울제를 먹어야 했다. 삶이 모래성처럼 통째로 사라질 뻔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모든 게 끝날 뻔했다. 하지만 덕분에 이겨내기 위해 숨을 고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천천히 호흡하며 다음 마디를 기다리는 동안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왔고 어떤 것들은 영영 나를 떠났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들과 어떤 꿈들.  어떤 미래와 어떤 하루. 가질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작은 소망들. 그리운 것들엔 날개가 없다. 지나가버린 것들. 그립다기보단 이젠 눅눅해져 버린 시간들. 나는 이제 안다. 이겨내기 위해서는 부딪혀야만 한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시간 동안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어떤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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