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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차언니 Aug 15. 2020

비 내리는 어느 날의 넋두리

<반백수 패밀리>를 쓰기 시작한 이유

아침에 남편을 배웅하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20개월 만에 홀로 맞이하는 고요한 아침.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이렇게나 공허했던 적이 있었는지 낯설기만 했다. 약을 먹기 위해 억지로 죽을 꿀꺽 삼키면서, 친정 식구들이 보내 준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아주 여실히 실감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와 떨어져 보니 말이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퇴원했다. 폴립과 담석 문제로 담낭을 절제했다. 나를 힘들게 하던 한 가지 요소가 줄어들었다며 남편과 마주 보고 하하하 웃었지만, 여전히 내 몸의 다른 부분들은 건강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상태다.


결혼한 이후, 한 군데 두 군데 몸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될 때마다 가족과 더욱 가까워지는 만큼 지인들과는 조금 더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이들에게 속 이야기를 탈탈 털어 모두 하기는 쉽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반대로 그들도 마찬가지의 마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의 건강은 아주 중요하다. 자칫하면 마음까지도 나약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못되게 군 이 하나 없는데도 시시때때로 홀로 상처 받고, 겨우겨우 회복되는 나날이 반복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결심한 나를 칭찬다. 시시껄렁한 농담과 예상 못 한 다정함으로 모든 걸 잊게 하는 나의 가장 귀한 친구. 그를 만난 덕에 세상에 존재하게 된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 이 두 사람이 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지탱하는 버팀목인 것이다.


출가한 딸의 몹쓸 건강 때문에 매년 여름마다 휴가를 반납하고 물심양면 힘쓰시는 부모님께는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다. 자신들의 시간을 기꺼이 할애하여 조카를 돌봐주고 있는 동생들에게도.


자꾸만 심연으로 가라앉는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반백수 패밀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홀로 쉬는동안 무어라도 하는 이 좋을듯 싶어 브런치의 문을 두드렸고, 운이 좋게도 즉시 기회가 생겼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을 제대로 된 글로 남기고 싶었는데, 최근의 기억 속에선 남편의 육아휴직이 적격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롯이 함께 보낸 5개월의 시간. 빈틈없이 왁자지껄한 그 추억을 기록하고, 원하는 때에 언제라도 다시 꺼내 읽고 싶었다. 행복한 과거는 현재의 우울을 몰아내는 힘을 지녔으므로.


 또 한 번 힘을 내서 새로운 꿈을 꾸려한다. 여유로운 마음을 되찾고, 글을 쓰고, 나의 글을 읽모든 이의 행복을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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