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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찬 Jul 11. 2023

7월 10일

이여름

여름을 움큼 뜯어다가

앞마당에 심어보자


냉큼 무쳐먹지 말고


여름은 어디서든 잘 자랄 것만 같지

뿌리내리는 게 직업인 것처럼


일요일 오후 가만히 앉아

선풍기를 쐬다 보면 슬퍼져


어디서든 불어오는 바람이 되고 싶을까 싶어


고개를 15도쯤 숙이고

선풍기는 맴맴 돈다


여름이 나중에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면

나무는 정말로 갖게 될 것이다

여름이란 이름을


바람이란 이름을 가진 이가

곁에서 볕을 뿌리고


이름을 넘긴 바람은

더 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는 것이

전부인 길 위에 있을 것이다


소중하고 나른한 오후

불쑥 자란 여름


한 뿌리 슬픔을 몸 안에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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