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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Oct 12. 2020

여행 중에 들은 할아버지의 부고  

* Day 18 / 20201011 주일

@ Invercagill / Bluff / Weir Beach Reserve(Slope Point)


인버카길에서 선배가 다니는 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우리가 여행 시작하고 세 번째 맞는 주일! 드디어 교회에 직접 가서 예배를 드렸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매 주일 방문하는 지역에 있는 현지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실천하진 못했다. 한국 교회에서 매주 유튜브 라이브 영상 예배를 중계해주어 한국 시간에 맞춰 예배는 드렸지만 우리 둘 다 예배 장소에 직접 가서 예배하고 싶은 마음이 한편에 늘 자리하고 있었다. 힐송 분위기의 찬양들과 사우스랜드의 강하고 살짝 느린 스코티쉬 영어 설교를 들으며 예배를 드렸다. 새 날, 새 한 주, 어제의 짐을 지지 않아도 되는 깨끗하고 가벼운 오늘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예배였다. :-)


선배가 추천해 준 브런치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를 했다. 선배네 가족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던 우리가 점심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선배네서 하루 더 신세를 질까 싶었지만 이제 다음 날이면 일상을 시작하는 가족이 충분한 쉼을 보내었음 해서 오늘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가 가기 전까지 이곳저곳 추천해 준 선배의 남편 분에게, “아예 가지 마세요”라고 말해 준 선배의 사랑스러운 딸에게, 하루 더 자고 가라고 계속 말해주는 선배에게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남섬의 최남단 Bluff로 향했다.


마트에서 장도 보고 기분 좋게 출발하려는 나에게 온 동생의 카톡.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대장암에 걸리신 외할머니를 옆에서 돌보시다가 최근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되신 할아버지. 병원에 입원해 계셨었는데 마침 엄마가 병원에서 하루 함께 있다가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 길에 숨이 멎으셨다고 한다. 사실 여행을 시작하고 며칠 안 되어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위독하시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았었다. 뿐만 아니라 시아버지와 시삼촌 분까지 암투병을 하고 계셔서 우리는 예정보다 한국에 빨리 돌아갈까 고민하고 기도도 했었다. 결국 우리는 한 달 남은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우리의 자리가 필요한 부모님께는 섭섭할 수도 있는 결정이겠지만 고민 끝에 내린 우리의 최선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오늘 엄마와 통화하며 이 순간 가족들과 함께 있지 못함에,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함에 죄송해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블러프에서는 가족들의 눈물이 비가 된 것처럼 펑펑 흘러내렸다. 마음이 좋지 않다. 어서 빨리 한국에 돌아가서 남겨진 외할머니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 엄마를 안아주고 싶다. 캠퍼밴에 누워서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나를 남편은 꼭 안아준다. 우리가 지금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뿐이기에 같이 손을 모으고 슬픈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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