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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Oct 28. 2020

태즈만 아서산

* Day 23 / 20201016 금요일

@Mt Arthur(Tasman), Tapawera


뉴질랜드에도 한국에도 우리가 산 좋아한다는 건 어느 정도 소문이 난 것 같다. 남편이 열심히 돈 벌어 장만한 고프로 8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넬슨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David가 같이 산에 오르자고 제안했다. 그 산은 바로바로 아서산! 내가 가보고 싶었던 산인데 못 가본 산이었다. 우리는 흔쾌히 Yes라고 답했다. 

정상까지 2-3시간, 왕복 4-6시간 소요된다.(정상 쪽에 있는 눈길 상황에 따라 시간이 좌우된다.)


오늘 함께 등산하기로 한 멤버는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데이브&커스튼 부부와 데이브의 누나 그리고 그 누나의 친구였다. 워낙 파트너십 관계가 보편적인 뉴질랜드라 혹시나 하는 오해를 했지만 올라가는 길에 아내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며 괜한 오해를 했구나 싶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던 Hut(산장) 앞에서 단체 사진


이번 산행은 하루 코스라 가볍게 해 보기로 했다. 평소에 가져가던 등산 가방도 안 들고 평소 들고 다니는 백팩에 물 2L,  샌드위치랑 초콜릿 우유, 휴지 이렇게만 챙겨갔다. 매번 무겁게 들고 산행했던 남편을 대신해 오늘은 내가 가방을 매기로 자처했다. 그 덕에 남편은 산을 뛰어다녔다고 한다.  

뛰다가 날아다니기도 하고.


올라가는 길에 만난 뉴질랜드 희귀 새 키아(Kea). 희귀 새라고 하지만 산에 올라가면 종종 마주칠 수 있다. 뉴질랜드는 희귀 멸종 위기에 있는 새나 동물들을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하면서도 개체수나 이동 경로 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보호색 때문에 몰라보고 지나칠 때도 있지만 발견하면 언제나 반가운 뉴질랜드 새들이다. 

키아를 찾아보세요.


하, 그나저나 우리 이 산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길이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경사가 가파르고 생각보다 훨씬 미끄러워서 스틱과 아이젠이 필수였다. 장갑도 안 가져왔는데 바람이 얼마나 매섭던지. 내려가는 길에 데이비드가 가져온 스틱을 빌려줬는데 그거 아니었음 눈사람이 되어 하산할 뻔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태즈만 지역은 역시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5분도 되지 않아 샤샤샥 구름이 풍경을 덮어 버렸고, 100m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앞이 깜깜하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올라왔던 눈길을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정말 절로 기도가 나오는 하산길이었다. 커스튼의 파워풀한 기도의 응답으로 우리 모두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느꼈다. 뉴질랜드의 날씨가 관측을 많이 벗어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산은 특히나 더 그랬다. 가벼운 하루 등산이어도 잘 준비해 가야 하고 특히 산에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면 가지고 있는 장비 중에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챙겨가야 한다는 것을. 


내려와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홉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지혜를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것 같았지만 다음 날도 일을 하는 지혜와, 험한 등산으로 지친 우리 부부에게 적당한 휴식이 필요했다. 덕분에 따로 캠프장을 찾지 않고 우리는 홉 농장에서 오늘 하룻밤을 묵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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