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즈만 아서산

* Day 23 / 20201016 금요일

by 수인

@Mt Arthur(Tasman), Tapawera


뉴질랜드에도 한국에도 우리가 산 좋아한다는 건 어느 정도 소문이 난 것 같다. 남편이 열심히 돈 벌어 장만한 고프로 8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넬슨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David가 같이 산에 오르자고 제안했다. 그 산은 바로바로 아서산! 내가 가보고 싶었던 산인데 못 가본 산이었다. 우리는 흔쾌히 Yes라고 답했다.

정상까지 2-3시간, 왕복 4-6시간 소요된다.(정상 쪽에 있는 눈길 상황에 따라 시간이 좌우된다.)


오늘 함께 등산하기로 한 멤버는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데이브&커스튼 부부와 데이브의 누나 그리고 그 누나의 친구였다. 워낙 파트너십 관계가 보편적인 뉴질랜드라 혹시나 하는 오해를 했지만 올라가는 길에 아내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며 괜한 오해를 했구나 싶었다.

IMG_5364.JPG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던 Hut(산장) 앞에서 단체 사진


이번 산행은 하루 코스라 가볍게 해 보기로 했다. 평소에 가져가던 등산 가방도 안 들고 평소 들고 다니는 백팩에 물 2L, 샌드위치랑 초콜릿 우유, 휴지 이렇게만 챙겨갔다. 매번 무겁게 들고 산행했던 남편을 대신해 오늘은 내가 가방을 매기로 자처했다. 그 덕에 남편은 산을 뛰어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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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가 날아다니기도 하고.


올라가는 길에 만난 뉴질랜드 희귀 새 키아(Kea). 희귀 새라고 하지만 산에 올라가면 종종 마주칠 수 있다. 뉴질랜드는 희귀 멸종 위기에 있는 새나 동물들을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하면서도 개체수나 이동 경로 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보호색 때문에 몰라보고 지나칠 때도 있지만 발견하면 언제나 반가운 뉴질랜드 새들이다.

IMG_5435.JPG 키아를 찾아보세요.


하, 그나저나 우리 이 산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길이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경사가 가파르고 생각보다 훨씬 미끄러워서 스틱과 아이젠이 필수였다. 장갑도 안 가져왔는데 바람이 얼마나 매섭던지. 내려가는 길에 데이비드가 가져온 스틱을 빌려줬는데 그거 아니었음 눈사람이 되어 하산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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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본 태즈만 지역은 역시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5분도 되지 않아 샤샤샥 구름이 풍경을 덮어 버렸고, 100m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앞이 깜깜하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올라왔던 눈길을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정말 절로 기도가 나오는 하산길이었다. 커스튼의 파워풀한 기도의 응답으로 우리 모두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느꼈다. 뉴질랜드의 날씨가 관측을 많이 벗어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산은 특히나 더 그랬다. 가벼운 하루 등산이어도 잘 준비해 가야 하고 특히 산에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면 가지고 있는 장비 중에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챙겨가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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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홉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지혜를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것 같았지만 다음 날도 일을 하는 지혜와, 험한 등산으로 지친 우리 부부에게 적당한 휴식이 필요했다. 덕분에 따로 캠프장을 찾지 않고 우리는 홉 농장에서 오늘 하룻밤을 묵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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