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도 이기게 되어 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신을 갖고 살아가는 법

by 플로쌤

회사 생활 20년이 넘었다. 20년이라니,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오래 살았던 걸까. 어제까지만 해도 신입사원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회사에서 '왕고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다니고 있다. 왕고참. 참 묘한 단어다. 온갖 경험이 쌓였다는 뜻일 텐데, 정작 나는 여전히 매일 아침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며 신경 쓰이고 두근거린다.


5군데 사업소를 전전하며, 그보다 더 다양한 보직을 맡아가며, 그보다 또 더 많은 새로운 얼굴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야근과 스트레스, 그리고 피하고 싶은 회식 자리'라는, 마치 시지프의 바위 같은 난관과 조우했다.

처음엔 정말 두려웠다. 나는 매일 아침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완주할까' 하며 출근했는데, 이는 마치 매일 아침 전장에 나서는 병사의 심정과 같았다. 나는 이를 '경험 부족'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덮었지만, 사실은 그냥 겁이 났다. 실수할까 봐, 혼날까 봐, 뭔가 못해낼까 봐.

두려움 없는 삶이 과연 가능한가? 아니, 두려움 없는 직장생활이 과연 직장생활일까? 우리는 때로 불안과 걱정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기지만, 사실 그것들이야말로 우리를 한 뼘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신기한 건, 나는 매번 그 두려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어떻게 넘어섰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나는 또 다른 새로운 일 앞에 서 있었다. 마치 게임 캐릭터가 레벨업하듯이,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해 있었다.

돌이켜보니 내가 이겨온 건 사실 남들이 아니었다. 부장님도, 동료들도, 경쟁사도 아니었다. 내가 정말 이겨온 건 내 안의 그 목소리였다. '너는 안 돼', '너는 못해', '너는 왜 이렇게 느려' 하고 속삭이는 그 목소리.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 "이거 나한테 너무 어려운 거 아냐?"라고 투덜거리는 그 목소리. 새로운 사람들 앞에서 "나 좀 이상하게 보이는 거 아냐?"라고 걱정하는 그 목소리.

그 목소리는 참 끈질겼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나타난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나는 그 목소리에 대답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래, 어려워. 그런데 뭐 어쩌라고?" 하고 말이다.

<시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나는 이기게 되어 있다"는 자기단언을 읽었을 때, 나는 피식 웃었다. 좀 거창하지 않나 싶었다. 이기게 되어 있다니, 마치 운명이 정해진 것처럼.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다. 나는 정말 이기게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수없이 이겨왔으니까.

내 무의식은 이미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안 돼, 못해, 무서워" 하고 투덜거려도, 결국에는 해낸다는 걸. 마치 매일 아침 "오늘은 정말 일어나기 싫어"라고 중얼거리면서도 결국 일어나는 것처럼. 내 몸은 이미 알고 있다.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불확실성을 환영해." 이 말을 처음 읽었을 때는 좀 과장된 것 같았다. 불확실성을 환영한다니, 누가 불확실한 걸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들은 모두 불확실할 때였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새로운 곳으로 이사할 때. 그때마다 나는 "이거 잘될까?" 하고 걱정했지만, 동시에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고 기대했다.

완벽한 준비란 없다. 정말 없다. 나는 20년 동안 그걸 몸으로 깨달았다. 아무리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계획은 계속 바뀐다. 그런데 그게 또 인생의 묘미다. 모든 게 예측 가능하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내일도 새로운 일이 기다릴 것이다. 아마 또 뭔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이고, 나는 또 "에이,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라고 투덜거릴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안다. 내가 해낼 거라는 걸. 왜냐하면 나는 이미 수없이 해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좀 쑥스럽지만, 진심으로.

나는 내일도 이기게 되어 있다.

(그리고 설사 못 이기더라도, 뭐 어쩌라고. 내일 모레 또 이기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