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 생명의 샘터를 정리하다.

by 흐르는물

집 입구 샘물에서 시작되는 도랑이 있다. 깊은 산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연중 마르지 않는다. 마을에 간이 상수도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주변 수십 가구가 이용하는 먹는 물이자 빨래터이기도 했다. 지금도 한여름에 손을 담그면 손끝이 시릴정도로 차갑다. 그런 샘물이 이제는 방치되어 관리가 되지 않으니 낙엽도 쌓이고 비닐 같은 쓰레기도 날려와 샘터가 지저분해진다. 그렇다고 누군가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조차 없다. 가끔 밭에 농약을 치거나 물을 주기 위해서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집을 정리하면서부터 샘터를 가끔 청소를 한다. 쓰레기를 치우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어 놓으면 깨끗하게 보이고 기분마저 상쾌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을 축이고 세수를 하기도 한다. 어릴 때의 추억이 되살아 나곤 한다. 소먹이 물과 집에 쓸 물을 큰 초롱에 가득 담아 퍼 나르던 풍경, 샘물 양쪽으로 앉아 빨래를 하던 모습, 등목을 하면서 연신 부들부들 떨었던 그 차가운 기운과 시원함이 공존하던 순간들이다. 마을 안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 도랑의 수풀을 뒤지며 미꾸라지를 잡던 아이들의 모습이 남아있다.


요즘도 가끔 청소를 하는 도중 도롱뇽을 발견한다. 어느 순간부터 보이기 시작하더니 계속 보인다. 과거에는 미꾸라지도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듯하다. 조금 더 있으면 개구리 알이 가득하고 올챙이가 공간을 장악한다. 이렇게 태어난 녀석들이 예전에는 흙으로 된 도랑을 따라 위아래로 넘나들었지만 지금은 시멘트 배관으로 되어 있어 어떻게 살아나는지 모르겠다.


올해도 이 도랑에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닌 도롱뇽과 개구리 그리고 이름 모를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공간을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들고자 몇 칸의 구획을 나누어 샘물이 나오는 곳은 먹는 물로 중간은 씻는 공간으로 마지막 공간은 허드레 물로 쓸 수 있도록 구분하여 사용해 볼 계획이다. 서툴지만 통나무를 잘라 공간을 분리하고 발 디딜 공간을 꾸며보았다. 이후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야겠다. 원래는 시멘트로 칸이 나뉘어있었는데 누군가 칸막이를 전부 깨어 버렸다. 그래서 흐르는 물이지만 전체가 오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샘물이 살아나면 사람들의 기운도 더 활기찰 것이다. 편리한 것을 추구하면서 잊고 지내는 동안에도 자연은 그대로 순환을 이어가고 우리는 급할 때 그 도움을 받는다. 농촌지역도 먹는 물이 점점 말라가는 상황에서 이런 귀한 공간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행운이다. 그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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