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생명을 본다. 생명의 씨앗을 품고 온다. 봄바람이 설악산 기슭에 다 달았음을 알리기 때문이다. 부러진 가지를 떨구고 소나무는 줄기를 더 강하게 할 것이다. 그러면 땅속의 생명은 떨어진 가지를 양분으로 꽃을 피운다. 봄이다.
흰 눈 쌓인 설악을 넘어 햇살의 따뜻함으로 바다를 데운다. 오늘 저 높이 날아오른 수리는 대지의 기운이 깨어남을 알리는 전령사다. 바람에 부러진 가지에서 생명을 본다.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칼날같이 느껴질 지라도 그 속에는 동토를 뚫고 나온 신선한 기운이 가득하다. 생로병사의 삶을 초월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봄기운이다. 바람은 봄의 전령이다. 바다와 대지의 경계를 이루는 설악에 바람은 령嶺을 넘나들며 대지를 살핀다. 인간이 만든 긴 터널에서는 개미굴의 일개미처럼 자동차 행렬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면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는 만들어져가고 있다.
숲이 생명을 껴안고 있음은 어느 순간 놓아주어야 함을 알게 함이다. 떠남과 돌아옴이 있음을 알기에 품고 놓아주기를 반복한다. 금강金剛과 하나인 설악雪嶽의 바람은 생명의 바람이다. 한번 숨결에 싹이 돋고 또 한 번의 숨결에 꽃이 핀다.
긴 겨울 수도승修道僧의 동안거冬安居처럼 깊고 깊은 에너지를 간직한 채 머물다가 봄바람에 실어 보낸다. 산이 열리고 산을 활보하는 기운은 겨울이 만든 에너지다. 설악의 깊고 높은 기운은 나무를 키우고 꽃을 피우며 살아있는 모든 것에 기운을 싣는다. 설악의 봄바람은 에너지다.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