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어느 곳에서 피어나느냐에 따라 예쁨 받는 것이 달라진다. 정원의 꽃은 화사하고 예쁘게 피어 사랑받지만 공원묘원의 꽃은 쓸쓸하고 슬프기만 한 마음을 달래는 장식이다. 화려함이 시들어 버렸다.
빨갛게 물든 단풍이 그렇게 예뻤는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는 그렇게 아픔을 간직한 것은 없는 듯 삭막하게 보인다.
울어도 보고 웃어도 보지만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채우는 것은 허함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들이지만 당장에 찾아온 공허함은 무엇으로 메울 수 있나.
삶의 끝은 어디일까 다시 생각해보는 순간. 한 평도 안 되는 관에 들어 한 줌 재로 남겨지는 인생. 이름만 남아있고 흔적은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다.
생전의 고통은 당신 몫이지만 떠난 뒤 슬픔과 그리움은 남은 자의 것이니 얼마나 추억하고 살아갈까. 오늘 당신을 떠나보내는 슬픔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마음의 무개를 못 이겨 통곡도 해봅니다.
인연이란 부모와 자식, 형제와 아내로 촘촘히 역이고 엮여있지만 그 단단함도 시간이 지나면 느슨해지고 풀어지니 이별이란 그런 것인가요.
굳게 굳은 단단함으로 질기고 질긴 인연이었을 것인데 이른 봄 아침 녁의 풀처럼 쉽게 끊어지나요.당신이 남긴 아들과 딸, 손자는 오늘만 울고 웃고 힘들게 보낼게요. 내일부터는 가끔 멍하니 그리움이 찾아올 때 그때 조금만 그리워하겠습니다.
꽃밭에 듬성듬성 꽃이 비듯이 홍살묵이옥수수처럼 듬성듬성 비어버린 공간, 당신의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생각하면서 채워보도록 애써보겠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동안은 그 공간은 비워있을 겁니다. 당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잘 가세요. 편안하세요. 모두가 이야기하는 병도 없고 아픔도 없는 곳 영원의 삶을 누린다는 천상의 화원에서 이 생의 아픔과 고통을 잊으시고 지내세요.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없었던 그 모든 것을 누리세요.
당신 떠나시는 날 하늘도 맑았어요. 가을 단풍이 멋들어지게 익었습니다. 당신이 잠든 하늘공원은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했어요. 아마도 자식들 편안하라고 그날에 맞추어 가신가 봅니다.
마지막 유언조차 남기지 않으셨으니 그동안의 만남으로 다 하신 것으로 알아요. 남은 자는 잘 살 겁니다. 먼저 간 남편, 아들과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천상을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