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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없어도 개방형 수장고를 우선 짓자

by 흐르는물

전국에 얼마나 많은 미술관 박물관이 있을까. 실제 등록된 숫자는 공공시설보다 민간시설이 더 많다. 더욱이 그 분포에 있어서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일부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는 공공미술관 박물관이 없다. 있다 할지라도 규모가 작다. 특히 전시공간만 구비해 놓았쓸 뿐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수장고가 제대로 갖추어있지 못하다. 이런 문제는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술관 박물관이 없으면 주민의 문화향유 기회가 줄어들고 지역의 문화재와 예술가의 작품관리 기회를 놓친다. 그동안 여러 지자체에서 미술관을 지을 구상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지역 간의 이기적인 문제로 장소를 결정하지 못하거나 아예 그런 구상조차 없는 곳이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실제 미술관 박물관은 사립으로 운영되는 숫자가 많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본다.

* 전국 미술관 박물관 (2023년 기준) : 1,199개(미술관 286개 중 국공립 80, 박물관 913개 중 국공립 443)


하나는 미술관을 주변 지자체 간 공동으로 협력으로 지어 운영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미술관보다 작품 수장고를 우선 지어 운영하는 방안이다. 미술관을 공동으로 지으면 예산의 확보나 운영에 있어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이것을 지역 관광과 연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수장고 또한 공동으로 짖거나 개별적으로 지을 수 있다. 다만 수장고를 작품 보관 만의 장소가 아니라 개방형으로 지어 작품 보관과 기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곳에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즉 개방형 수장고에 기증작품 보관 및 아카이브 작성 그리고 지역작가 작품 보관과 판매를 겸하는 4가지 기능을 넣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미술관 건립의 전초적인 기능을 할 수 있으며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작가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작품을 기증받아 아카이브를 작성하고 관리함으로써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지역을 떠나거나 소실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 실제 작가의 사후 문제로 작품과 소장 자료들의 처리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또 연령이 높아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작가의 경우에도 작품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럴 경우 잘못하면 보존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타 지역의 미술관에 기증되어 지역을 떠나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사업 중 하나가 수장고의 건립이라고 할 것이다.


2021년 기준 수장고 자료에 의하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률이 89.2%, 국립현대미술관 수장률이 90%로 포화 상태이고, 경기미술관 168%, 경기도 박물관 195%로 적정 수장률 80%를 넘겼다고 한다. 앞으로 각 지역 미술관 박물관 건립 운영시 장기적인 방안이 사전에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문학의 경우 지역 도서관에 일정공간을 지정하여 지역작가 작품을 꾸준히 관리하고 좋은 작품을 선정하여 번역을 통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업도 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조건은 보존과 관리,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본 적인 행정 절차를 완비하여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조례제정, 기증심사위원회 구성, 운영위원회(공무원, 전문가 등) 구성 등이 선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 방향이 설정된다면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조직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미술관의 경우 별도의 팀을 꾸려 오랫동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도 담당자를 지정하여 그 분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지역의 문화예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이고 그 혜택은 작가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 통계수치는 정부자료 및 서울아트가이드 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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