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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Nov 22. 2022

둘. 나르시시스트 상사와 에코이스트 부하직원

나르시시스트 상사는, 부드럽고, 친절하다.


그들은 나쁘지 않은 외모와, 눈부신 언변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언뜻 보면 능력 있고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가끔은 면접만으로 면접자의 마음을 홀리기도 한다.

내가 아는 나르시시스트 상사는 면접 중에 몇 명의 면접자를 감동시켜 울리기도 했고, 장문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그와 일하게 되면 어떨까?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직책과 지위, 회사의 네임밸류 등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에만 신경을 쓰며, 실제로 실무자들이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가까이서 들여다볼 생각이 없다.


그렇기에 그가 마음을 얻어야 하는 상사, 혹은 꼭 잡아야 하는 면접자, 혹은 자신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화려한 언변을 자랑한다.


막상 그 아래의 에코이스트 실무자는 그의 무관심과 무책임 속에 허덕이지만, 부서의 평화와 업무적 책임, 상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결국 분통을 참다못해 못다 한 말을 꺼내려는 찰나, 나르시시스트 상사로부터 생각지 못한 큰 칭찬 세례와 위로를 받는다.

"넌 정말 대단해. 잘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나는 알아."


그리고 가끔은 생각지 못한 큰 보상을 받기도 한다.

"넌 이걸 받아낼 자격이 있어. 내가 언제든 널 도와줄게."


그리고 드디어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며, 그의 무심함과 무책임을 덮을 만큼 큰 성과를 올리기 위해 수없이 노력한다. 인정욕구를 간신히 채워낸 당신이 밤낮없이 일하는 사이에, 나르시시스트 상사는 웃으며 유유히 자신의 삶을 즐기고, 당신의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치환하는데 한치의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물론 그 과정은 당신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 상사 또한 당신과 같은 과정을 거쳐온 업계 선배로서, 배우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항상 친절한 그 상사가 문득문득 내비치는 냉소적인 눈빛과 무시, 타인에게는 매우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관대하며, 타인의 비판으로부터 회피나 부정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당신의 상사는 나르시시스트일 확률이 매우 높다.


또한 그 과정에서 당신의 삶이 피폐해지고, 채워지지 않는 불안감과 갑갑함이 계속 차오르며, 회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타인에게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것 같은 공허함이 밀려온다면, 그것은 건강한 성장의 과정은 아닐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쩌면 나르시시스트, 혹은 에코이스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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