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스치듯 광고를 보다가
여대생인듯한 이가 엉망인 학점을 쫄깃하게 확인하며
좌절하는 대신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에
도망가자- 며 이 노래가 좌악 흘러나왔다.
당시에 나는, 세상에 괴로운 것이 숱하게 많은데
학점 따위에(?) 저럴 것이 있나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저렇게 다 잊고 도망가듯 떠날 수 있는 것이 꽤나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망가듯 잠시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와서 아무것도 달라져 있지 않다고 해도 크게 대수로울 것이 없어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저 노래가 더 궁금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이 부른 노래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엉망인 학점을 잊기 위해 멋진 차를 타고 떠나는 여대생의 모습에 깔린 노래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고작 한두 소절을 들어놓고는, 뒷일은 잠시 생각하지 않고 도망가듯 떠나도 괜찮은 이들의 이야기는 알고 싶지 않은- 괜한 시기 비슷한 것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 연예인들이 바닷가에서 식당 비슷한 것을 하고 거기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게 됐다.
연예인들을 비롯해서 거기 있는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동요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곁에 있는 이가 우니까 따라 우는 사람의 심정으로, 왠지 분위기에- 여론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는 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멍하니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래를 듣고 나서 나는 앉은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나와 함께라면 다 좋다는 이가, 내가 내미는 손을 잡아주겠다 하며 옆에 있을 테니 마음껏 울으라 한다.
내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며
도망가자고 한다.
짐을 꼭 챙기고 떠나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그런 이가 있었는지, 지금 내 곁에 있는 이가 그런이인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이였는지,
그런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도, 영원하지 않은 그런 마음이 과연 의미 있는지 없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엉망인 학점을 잊기 위해 멋진 차를 타고 떠나는 여대생에 대한 노래인 줄 착각하고 이 노래를 모르고 살았으면 정말 아쉬울뻔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노래를 듣는것 만으로도
나는 분명 혼자서 엉엉 울었는데 누군가와 부둥켜안고 같이 한바탕 엉엉 운 것만 같은, 처연하고도 개운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