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위에 쌓인 용기
두 번의 트라이아웃을 지나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동안의 노력을 보여주겠다는 다짐
트라이아웃에서 마주했던 긴장감과 압박감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말수가 줄어들던 차 안의 침묵과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던 손끝의 떨림
이름이 없다는 걸 확인하던 순간의 공기까지
우리는 이제 그 감정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 번째 도전은
조금 다른 모양으로 시작됐다.
예전 같았으면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지
합격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계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가 묻지 않았다.
“붙을 수 있을까?” 대신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
두 번의 실패가 그 말 안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조용히 올라앉은 용기가 보였다.
세 번째 도전을 준비하는 연습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기술은 여전히 중요했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먼저 챙겼다.
실수해도 표정이 무너지지 않았고
좋은 플레이를 했을 때 스스로 만족하고
더 이상 주변을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한 발 물러났다.
가르치기보다 지켜보는 쪽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아이의 도전이
이제는 나의 계획이 아니라
아이의 선택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트라이아웃 당일 경기장에는
쉽게 풀리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의 어깨가 예전만큼 굳어 있지 않았다.
여러 번의 트라이아웃을 거치며
부담과 긴장을 조금은 내려놓은 듯했다.
완벽하진 않았다.
몇 번의 실수도 있었다.
그런데 달랐다.
잘되지 않았을 때
예전 같으면 고개를 숙였을 순간에
스윙이 어긋나도 다음 공을 준비했고
수비에서 실수가 나와도
고개를 들고 다시 자리를 잡았다.
실수를 숨기지 않고
배움으로 바꾸려는 태도
그건 기술보다 더 큰 성장처럼 보였다.
이미 두 번의 도전이
아이를 충분히 단단하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번 도전은
합격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아이의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두 번의 실패는
아이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사실을
그라운드 한쪽에서 분명히 느꼈다.
이제 이 아이는
결과 하나에만 흔들리는 단계는 지났다는 것을.
트라이아웃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전보다 훨씬 차분했다.
아이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아빠, 이번엔 나 괜찮았지?”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응. 많이 괜찮았어.”
그 말은
결과에 대한 위로가 아니라
오늘 아이가 보여준 태도에 대한 대답이었다.
결과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합격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단지 한 줄의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도망치지 않고 다시 선 자리.
실수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질문을 던질 줄 알게 된 순간.
그 하루가 이미
아이를 한 뼘은 자라게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조용히 도착할 한 통의 메시지.
그리고 우리는
그 알림음이 울리기 전까지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일상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