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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May 28. 2021

2020년 IAP 콜라보 스테이지

'Water Odyssey, 생명의 여정'

<인천아트플랫폼 소개>

1960년대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히피 문화와 포크, 사이키델릭록부터 1980년대 록의 하위 장르인 헤어메탈과 스래쉬메탈에 이르기까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유독 많은 뮤지션과 다양한 음악들이 선을 보여 나왔다. 한강 하류에 위치한 인천은 황해에 접하며 한반도의 중심을 이루는 지역으로 미국 서부 해안을 상징하는 해안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 있다. 인천은 지리적인 유사함 외에도 샌프란시스코와 흡사하게 대중음악적으로 특별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 나온 도시이다. 해방 이후 일본군 조병창을 접수했던 미군은 인천 지역 내 부평을 군수기지로 활용했고, 이 곳은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애스컴 시티’로 불렸다. ‘애스컴 시티’를 중심으로 팝과 록, 재즈 등 다양한 음악장르가 유입되고 융합되면서 인천은 한국대중음악의 시작과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2009년 9월에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은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개척한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고 있는 문화센터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광역시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중구 해안동 일대에 조성된 공간이다.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문화예술 관련 공간과 인천아트플랫폼이 다른 점은 외관에서 먼저 발견된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옛 개항장을 문화적 관점에서 재창안하여 만들어가는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 출발했다. 어느 지역보다 지역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활발한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전시 및 공연, 시민참여 교육 프로그램 등을 다채롭게 운영해 나오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가에게는 최적의 창작공간이 되고, 시민에게는 예술을 함께 나누는 문화예술 향유의 광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0년 <IAP 콜라보 스테이지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잡은 <IAP 콜라보 스테이지>는 예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의 융합을 선보이는 기획이 매력적인 공연이다. 또한 음악을 중심으로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가 참여하여 장르 간, 아티스트 간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음악의 다양성을 실험하는 공연으로 대중과 뮤지션들에게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기획 공연으로 손꼽힌다. 더불어 <IAP 콜라보 스테이지>는 음악, 사운드,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시리즈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Art & Artist 콜라보레이션’ 형식으로 동시대 음악을 새롭게 발견하고 음악의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이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 진행된 인천아트플랫폼 기획공연 <IAP 콜라보 스테이지>는 2020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인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IAP 콜라보 스테이지>의 예술감독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선정한 6, 7기 입주 작가이자 베이시스트 김성배가 전년도를 이어서 담당했다. 이번 공연은 예년과 다르게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회당 30명의 관객이 무료로 초대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콜라보 스테이지 1. <Water Odyssey, 생명의 여정>

가야금 : 박순아, 조세린

기타 : 박석주 

무대미술 : 송창애     

한국 사회에서 대중음악의 호흡은 가려진 시야와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던 언더그라운드와 같은 특수한 환경 속에서도 끊이지 않고 진행되어 나왔다. 또한 대중음악이 지닌 미적 요소는 여러 장르와 수많은 뮤지션들의 교감과 연대 속에서 토막토막 채워져 나왔다. 대중은 대중음악의 기나긴 호흡 속에서 즐거움을, 또한 급변해 나온 특수한 현실 속에서 대중음악이 주는 위로로 온전히 삶을 이어 나올 수 있었다. 다채로운 음악의 융합을 목표로 3회째를 맞이한 <IAP 콜라보 스테이지>의 첫 날 무대는 <Water Odyssey, 생명의 여정>이라는 타이틀로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물’과 ‘생명’의 소재가 담긴 ‘생명의 여정’이라는 주제를 회화와 설치로 담아낸 무대 연출 속에서 세 명의 뮤지션은 시종 각자의 현을 뜯고 두드리고 켜냈다. 그리고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은 모두 감성의 평온과 치유를 받은 듯 평화로운 감상의 시간을 가졌다.      

무대 미술이 특히 빛난 첫 날 공연은 자연과 우주의 파동을 탐닉해온 예술가들의 협연으로 요약된다. <Water Odyssey, 생명의 여정>의 타이틀에서 전달되듯 호흡과 함께 생명의 가장 큰 근본요소라 할 수 있는 ‘물’과 ‘생명’을 소재로 한 예술적 연출력이 돋보였다. 크게 ‘존재’와 ‘여정’, ‘순리’, ‘Mother’라는 철학적 테마로 구성된 <Water Odyssey, 생명의 여정> 무대는 예술가의 궁극적인 삶이 깃든 자기 수련의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허설 당시부터 먼저 눈에 띄고 강렬함을 전했던 부분은 수평으로 펼쳐진 무대에 공간 곳곳을 채운 온화한 듯 강렬한 선과 원이 연결된 아트워크였다. 바닥에 고르게 흩뿌려진 인조석은 공연 내내 조명에 맞춰 여러 색의 변화감을 보여줬는데, 이는 백두의 물줄기와 정기가 한라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틀간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미술은 긴 세월 동안 물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며 예술적 조화로움을 주창해온 송창애 작가에 의해 연출되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송창애 작가는 제17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한국화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작품 활동과 다양한 레지던시를 담당해 온 아티스트이다. 첫 날 무대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무대연출은 관객과 정면에 자리했던 송창애 작가의 작품 ‘Waterscape’였다. 

‘물 풍경’이자 ‘물로 그린 물(物) 그림’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Waterscape’는 장지 위에 청분을 쓰고 물드로잉을 한 그림으로 물을 매체와 소재, 주제로 삼는다. 송창애 작가의 ‘Waterscape’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토대로 물을 메타포로 삼아 생명의 뿌리와 본질을 생각하는 회화와 조형을 아우르는 작품이다. 그 작품 속에서 펼쳐진 가야금과 기타의 협연은 지친 일상과 육체에 숨을 불어 넣어주고 다시 살아나게 하는 물의 생명력을 품어낸 소중한 시간으로 연출될 수 있었다. 또한 크고 작은 원형 작품들로 구성되어 조명에 맞춰 다채로운 빛을 전달한 ‘Waterscape’는 <Water Odyssey, 생명의 여정>의 주제를 잘 머금은 웅대한 아트워크였다.   

   

올해 초 남산국악당에서 진행된 ‘노쓰코리아 가야금’ 단독 공연에서 두터운 팬 층을 다시 한 번 입증했던 가야금 주자 박순아는 재일교포 3세로 운명적으로 한국 전통 음악의 길을 걸어 나오고 있는 인물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박순아는 조총련계 민족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했고 가야금에 대한 열정으로 북한에 건너가서 국립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북측 명인들의 연주를 전수받았다. 이후 박순아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는 명인들에게 사사하는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이미 3장의 솔로 앨범 외에 바람곶 등과 함께 한 음반 작업에도 참여해 나오며 다양한 활동을 선보였던 박순아는 자신만의 언어인 가야금이라는 현의 소리로 크게 주목받는 아티스트이다.      

‘푸른 눈의 가야금 연주자’로 불리는 조세린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자 예술감독이다. 조세린은 10대 중반에는 일본에서, 20대 초반에는 중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등 박순아 못잖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소유자이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가야금 주자로도 알려져 있는 조세린은 ‘한국인이 한국을 좋아하게 만드는 역할을 위해 한국 전통음악에 매진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나오고 있는 한국 전통음악의 전도사라 할 만 하다.      

전통과 현대의 맥을 관통하는 음악적 울림, 그리고 기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기타리스트 박석주는 치유와 위로의 음악을 건네는 뮤지션이다. 박석주의 음악은 화려함이 배제된 가운데 깊이 있는 혼을 이끄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박석주는 연주자 이전에 작곡가로서 영감의 소통과 순환을 음악이라는 이미지의 결정체로 채색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박석주의 음악 안에는 종교와 철학, 그리고 인문학의 정서가 기본적인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는 주스 프로젝트로 발표한 두 장의 앨범과 올해 초 발표된 첫 솔로 앨범 [심현深玄(깊은 심, 검을 현): 깊고 오묘한]에서 여실히 발견된다.      

박순아와 조세린, 박석주 이렇게 세 음악가는 각자의 영역에서 이미 최상의 위치에 올라선 아티스트들이다. <IAP 콜라보 스테이지>의 첫 날 무대는 ‘존재’에 대한 각 파트의 울림을 지나 음의 융합으로 새로운 ‘여정’에 이르며 복합적인 음의 변화로 출발했다. 그 사이에서 풍류와 25현 가야금을 필두로 ‘Waterscape’의 다채로운 이미지들은 관객의 집중된 관람과 감상을 이끌었다. 산조와 보컬의 유려한 줄기 속에 ‘아리랑’의 선율이 더해졌고 멜로디의 유려한 흐름은 어느덧 ‘순리’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Mother’의 주제를 담은 뮤지션들의 혼을 담은 연주는 다시금 최초 공연의 시작점으로 향하며 막을 내렸다. <Water Odyssey, 생명의 여정>은 소리와 이미지의 연결에 공명이 더한 집중도가 컸던 공연이고 연출이었다.      

* 이 공연 실황은 최근 박석주의 주도로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콜라보 스테이지 2. <추다혜 김율희의 오매불망>

소리 : 추다혜, 김율희

베이스, 건반 : 김성배

피아노 : 윤성희

가야금 : 박경소 

피리, 태평소 : 곽재혁 

전통타악 : 황영권 

일렉트로닉사운드 : 이호진     

<IAP 콜라보 스테이지> 무대는 2018년 첫 콜라보레이션 공연부터 장르간의 융합을 위한 시도를 통해 대중의 호응을 얻어내 온 특별한 기획공연이다. 2018년 첫 무대에서는 레게와 국악, 민요와 록, 일렉트로닉을 연결한 기획이 돋보였으며, 2019년 무대에서는 힙합과 EDM, 재즈와 일렉트로닉, 오케스트레이션과 국악 등이 어우러진 무대로 각광을 얻어낸 바 있다. 3회째를 맞이한 이번 <IAP 콜라보 스테이지>의 둘째 날 무대는 2018년 첫 기획 공연에서 찬사를 받았던 두 보컬이 중심을 이루어 민요와 판소리의 오매불망(寤寐不忘)한 구도로 선을 보였다. 

둘째 날의 무대 예술 역시 전날에 이어 송창애 작가가 담당했다. 에어브러시를 이용하여 물을 분사하는 독창적인 기법을 사용한 송창애 작가의 작품은 물의 매체적 속성으로부터 생명을 배태하는 물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2020년 <IAP 콜라보 스테이지>를 고급스럽게 이끌었다. 둘째 날 무대는 정면에 위치한 ‘Waterscape’를 중심으로 좌우에 물로 그려낸 12폭의 병풍이 화려하게 자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전날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장르의 라인업답게 동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전달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둘째 날 공연은 전날 무대에 3명의 뮤지션이 자리했던 것과 달리 두 명의 메인 보컬을 필두로 6명의 연주자가 합을 이루며 다채로운 음의 융합을 이뤄냈다. 한 마디로 국악과 재즈,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이뤄진 슈퍼세션의 다시 보지 못 할 콜라보레이션으로 관객과 관계자 모두를 오매불망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이 날 무대의 타이틀은 <추다혜 X 김율희의 오매불망>이었다. 타이틀에서 나타나듯 무대의 주인공은 추다혜와 김율희로 압축된다. 국악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밴드 씽씽과 지금의 추다혜차지스를 통해 민요와 무가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해 나오고 있는 추다혜, 그리고 루츠레게 밴드 소울소스와 함께 활동하며 레게와 판소리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온 김율희. 이렇게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은 공연 이전부터 나름 큰 주목을 이끌어내며 사전 예매를 빠르게 마감해 냈다. 확실히 추다혜와 김율희라는 코드는 대중음악계에서 뜨거운 가치를 지닌 상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끼와 탄탄한 실력을 지닌 추다혜는 밴드와 전통국악, 연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어내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방대한 재능을 지닌 추다혜는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의 음악을 선보이며 새로운 대중음악의 영역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자, KBS국악대상에서 단체상과 남도민요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화려한 경력을 지닌 김율희는 전통과 유물의 경계를 허무는 적격을 가진 뮤지션이다. 


2020년 <IAP 콜라보 스테이지>의 <추다혜 X 김율희의 오매불망>은 2018년 첫 콜라보레이션 무대의 맥을 잇는 공연이었다. 이미 2018년 노선택과 소울소스, 김율희가 레게 음악과 판소리를 융합한 공연을 선보인 바 있으며, 때를 같이 해서 씽씽이 한국민요를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재해석했고, 그레이코드와 김성배는 사운드아트와 즉흥연주로 변화무쌍한 무대를 펼쳤었다. <추다혜 X 김율희의 오매불망> 무대는 지난 공연에 대한 연장선이며, 2년의 시간 동안 변화되고 진화된 신을 향한 과감한 정립의 무대였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이 시대의 소중한 문화재라 평가할 수 있는 추다혜와 김율희는 전통 국악과 대중음악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또 다른 흥겨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가창과 울림으로 확인해냈다.      

일렉트로닉의 여러 루핑음과 피아노, 가야금, 피리, 태평소, 그리고 다양한 타악이 각자의 흐름과 일치된 맥을 지어 표현된 연주는 ‘비나리’와 ‘비단타령(흥부가)’,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심청가)’로 공연장 전체를 압도하던 두 보컬의 가창을 더욱 애달프고 전위적인 결과물로 이끌었다. 8명의 연주자 모두의 조화를 이룬 융합된 음악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냈음은 당연하다. <추다혜 X 김율희의 오매불망>은 국악이 지닌 흥겨움과 음악으로서의 깊이, 그리고 여타 장르와의 조화가 얼마나 넓고 크게 펼쳐질 수 있는지 또 한 번의 가능성을 피력하고 인정받은 무대였다. 

더하여 <추다혜 X 김율희의 오매불망> 무대는 2년 전의 기획을 이어 보다 폭이 넓고 대중적인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공연이 향후 인천아트플랫폼의 기획 아래 별도의 음반으로 제작된다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IAP 콜라보 스테이지>의 감동과 흥을 안겨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 크다.  

글/고종석(대중음악평론가)                     


https://www.youtube.com/watch?v=fhpn6ju-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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