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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May 02. 2022

박석주와 주스 프로젝트(Ju’S Project)

박석주와 주스 프로젝트(Ju’S Project)

한국 사회에서 대중음악의 호흡은 가려진 시야와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던 언더그라운드와 같은 특수한 환경 속에서도 끊이지 않게 진행되어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대중음악이 지닌 미적 요소는 여러 장르와 수많은 뮤지션들의 교감과 연대 속에서 토막토막 채워져 나왔다. 대중은 대중음악의 기나긴 호흡 속에서 즐거움을, 또한 급변해 나온 특수한 현실 속에서 대중음악이 주는 위로로 온전히 삶을 이어 나올 수 있었다.

전통과 현대의 맥을 관통하는 음악적 울림, 그리고 기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기타리스트 박석주는 치유와 위로의 음악을 건네는 뮤지션이다. 박석주의 음악은 화려함이 배제된 가운데 깊이 있는 혼을 이끄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박석주는 연주자 이전에 작곡가로서 영감의 소통과 순환을 음악이라는 이미지의 결정체로 채색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박석주의 음악 안에는 종교와 철학, 그리고 인문학의 정서가 기본적인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는 주스 프로젝트로 제작되었던 두 장의 앨범과 2021년 발표된 첫 솔로 앨범 [심현深玄(깊은 심, 검을 현): 깊고 오묘한]에서 여실히 발견된다.

주스 프로젝트의 결성은 박석주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미지를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시작되었다. 주스 프로젝트의 음악은 대중음악과 국악, 공연예술 등 여러 환경 속에서 매력적인 호흡을 토해 나온 뮤지션 박석주가 리드하는 결과물이다. 주스 프로젝트의 음악은 살아오며 우리가 경험하는 여러 슬픔과 상실, 아픔을 어루만지는 듯 온화한 기운이 가득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 주스 프로젝트의 3집 [봄(SEEING)]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현재와 내일의 행복을 담은 음악을 담고자 출발했다.

  

‘깨어남’과 ‘알아차림’, ‘바라봄’을 담은 [봄(SEEING)]

박석주는 2집 [아리랑] 이후 참여했던 많은 공연과 작업 중에서 새로운 서사를 위해 숙고했다, 특히 이번 앨범을 구상하면서 예술과 삶 사이에 내재된 고민과 자유, 희망을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단계를 거쳤고, 자신에 대한 각성 역시 거듭해 나왔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음에도 필연의 시간이자 새로운 계절인 봄에 이르러 꽃을 피우게 되었다. 찬란한 빛과 생명이 꿈틀대는 봄(Spring)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이 가득 고여 영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박석주가 바라본 봄은 다시금 봄(Seeing)으로 인식되며 소울 스튜디오의 이철수 교수와 함께 녹음 과정을 거쳐 완료되었다.

이전 작들과 비교해서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음반의 아트워크이다.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지닌 이번 앨범의 재킷은 강찬모 화백의 작품 ‘환희심(歡喜心)’을 디자이너 이승미가 음반에 맞게 구성해 낸 결과물이다. 즐겁고 기쁜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환희심에 담긴 이번 음반의 라인업은 박석주 외 6명의 정식 멤버가 참여했다. 앨범의 곡조와 멜로디를 청명하게 이끈 서현경(클라리넷)과 임성애(대금, 소금)는 각각 1집 [IMAGINE]과 전작 [아리랑]부터 함께 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이외 멤버는 작년에 참여했던 극 작업 사이에 눈여겨봤던 노미연(피아노)과 김효진(바이올린), 신현창(타악)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박석주가 주스 프로젝트 외에 활동을 이어 나오고 있는 록밴드 올디스벗뉴의 멤버 서시헌(베이스)도 함께 했다.


[봄(SEEING)]은 10곡으로 구성되었다. 각 제목에서부터 박석주가 지닌 음악적 무게가 물씬 묻어난다. 어쿠스틱 기타와 멤버들의 단아한 합이 눈에 띄는 ‘그린 애플’은 첫사랑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곡으로 1집의 ‘새’와 2집의 ‘단비’와 동일한 감도를 지닌 트랙이다. ‘독백’은 극단 ‘깍지’와 함께 5.18 민주항쟁 40주년 기념공연으로 진행했던 ‘어머니와 그’에 사용된 테마곡으로 이상호 화백과 임금단 어머니와의 사연을 담은 애절함 가득한 발림을 지니고 있다. 타이틀 곡 ‘봄’은 몸과 마음을 돌려 바라보게 되는 우리의 현재를 건너다보려는 의도로 완성된 곡이다. 이 곡은 대자연의 웅장한 흐름을 관조하는 사람에 대한 찬가로 해석된다. 풍자적인 위트가 배인 ‘가면’은 녹음 과정 중 멤버들이 무척 흥미롭게 연주한 곡으로 전해진다. 인간애와 인생에 대한 사유를 담은 ‘회상’은 ‘청강’ 창극단과 함께했던 작품의 테마로 새롭게 편곡되어 수록되었다. ‘고통을 바라보다’는 2019년 공연예술 청작산실에서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었던 약한 자들의 소리 연극 ‘비명자들 1’의 테마로 사용되었던 음악이다. 막스 리히터(Max Richter)와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에 영향받은 박석주 음악을 가늠할 수 있는 곡이다. 무엇보다 삶의 고통에 대한 사유를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려 하는 의도가 인상적이다.

‘사철가’는 전작 [아리랑]에 수록된 ‘나를 찾아서’에서 뛰어난 가창 실력을 보여줬던 김대일이 다시 참여한 곡이다. 이 곡은 2019년 국립무형유산원 기획공연에서 진행된 ‘현대와 고전에 대한 오마주’ 무대에서 처음으로 시연되었다. 당시 인간문화재 안숙선 선생님이 특히 좋아하셨던 곡으로 이번 앨범에서 보다 대중적으로 편곡되어 수록되었다. 2020년 예술단체 ‘결’과 함께 했던 검무극 ‘원화감동’의 메인 테마곡으로 공개되었던 ‘깨어남’의 원제는 ‘한의 승화’이다. 삶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내면의 각성을 통한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깨어남’은 청자에게 이번 앨범의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앨범 후미에 수록된 ‘메밀 꽃 필 무렵’과 ‘원고료’는 2020년 네이버 오디오북 OST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앨범의 결에 맞춰 보너스 형식으로 수록된 곡들이다.      

우리의 삶에는   번도 되지 않는 봄이 자리한다. 만유(萬有) 봄으로 보다 분명하게 단장된다. ‘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사철가 ) 각자의 순간에 태어나 살며 베풀고 간직해야  것들이 많은 시간이다. 주스 프로젝트의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을 통해 영화(榮華) 로움보다 다시없을 서로의 소중한 봄을 만끽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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