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주제가, 동요 리메이크 앨범

로커딕(Rock-A-Dic)

by Floyd 고종석
인디 레이블 인디(INDiE)에서 기획 · 제작해 1999년 발매한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TV 만화 주제가와 만화 영화 주제가, 동요 가운데 선정한 14곡을 록과 메탈로 리메이크했다. 초창기 인디 음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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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와 30대를 겨냥해 기획 · 제작한 앨범

앨범 제작 당시 레이블 인디는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했던 하나음악과 함께 새로운 레이블 모닝힐레코드를 별도로 설립했다. 그즈음 초창기부터 레이블 인디의 대표를 맡고 있던 김종휘가 물러나고, 영업 담당의 정희균이 새로운 대표로 취임했다. 면모를 일신한 레이블 인디는 인디 음악의 주 소비층이었던 20대와 30대를 겨냥해 컴필레이션 앨범을 기획했다.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미국의 유명 컨트리 가수 팻 분(Pat Boone)의 1997년 작 [In a Metal Mood: No More Mr. Nice Guy]에서 착안했다. 팻 분의 앨범은 하드록과 헤비메탈의 명곡을 이지 리스닝 스타일로 리메이크했던 작품이다.


저작권 승인이 쉽지 않았던 유명 만화 캐릭터

앨범 타이틀 [Rock-A-Dick]은 하드록의 ‘Rock’과 “엉뚱한 짓을 한다”는 뜻의 ‘Dick’을 조합해 만들었다. 앨범의 최초 재킷은 삽입곡인 '로버트 태권 V'와 '아기공룡 둘리', '은하철도 999' 등 만화영화 속 주인공의 이미지로 시안을 잡았다. 당시는 이미지 사용에 대한 저작권이 크게 문제되지 않던 무렵이었다. 그럼에도 제작사 측은 각 주인공이 등장했던 만화의 저작권자와 저작 인접권자에게 연락을 취해 저작권과 관련된 내용을 승인받고자 여러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승인을 얻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에 제작사는 재킷 디자이너에게 흡사한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 재킷을 완성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그런 이유로 새로운 생명을 찾기 위해 로커딕 성을 향하는 네 명의 주인공은 원작의 모습과는 다소 다른 이미지로 앨범 재킷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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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발매한 이 앨범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활동하던 기존 밴드와 1990년대에 등장한 인디 밴드, 그리고 프로젝트 밴드까지 총 14개 팀이 참여했다.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과 프로젝트의 구성은 송창덕과 레이블 인디의 기획실장이 함께 진행했다. 참여 밴드 중 토이박스와 새드 레전드, 미스터 소울, 아무밴드, 에브리 싱글 데이 등 10개 밴드는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밴드들이다. 나머지 4개 팀은 앨범을 위해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였다. 각 트랙의 리메이크에 대한 방향성은 일본의 유명 밴드 앤썸(Anthem)의 보컬 사카모토 에이조(Eizo Sakamoto)를 주축으로 1996년 발표한 [Animetal] 시리즈에서 착안했다. 애니메탈이 단일 밴드로 진행된 프로젝트 앨범이었던 것과 달리 [Rock-A-Dick]은 여러 밴드가 참여했기에 하드코어, 펑크, 랩 메탈, 팝 록,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을 수 있었다.


앨범에는 보너스 트랙까지 포함해 총 15곡을 실었다. 처음 후보로 선정된 곡은 TV 만화 주제가와 만화 영화 주제가, 동요 등 총 45곡에 달했다. 그 중 14곡을 선곡해 밴드 스타일로 연주하고 녹음했다. 각 밴드의 선곡은 세 차례의 추첨을 통해서 확정되었다. 레코딩은 마임스튜디오에서 2주간에 걸쳐서 진행했다. 편곡 작업이 녹음 작업보다 오래 걸렸던 이 앨범은, 정교하게 추진된 기획과 제작에 비해 레코딩 상태가 빈약해 아쉬움을 남긴다.


첫 곡 '은하철도 999'를 리메이크한 우두마두는 제로-지의 김태영과 B612의 서준서가 참여했다. '캔디(Wild Wild 캔디)'의 데미지잉크(Damage. Inc)와 '미래소년 코난(코난 감상기)'의 오토매틱 S.L.에는 멍키헤드와 나티의 김태수가 맡았다. '요술공주 밍키'를 부른 블루 볼은 미선이와 체리필터의 데뷔 앨범[해적방송]을 제작한 라디오뮤직의 고기모가 만든 프로젝트 밴드였다. 이 외 '푸른잔디'를 감성적으로 연주한 네이키드처럼 지방에서 활동하던 밴드도 참여해 다양성을 더했다. 앨범의 공식 뮤직비디오는 하드코어를 지향했던 5인조 밴드 펄럭펄럭의 '뽀뽀뽀'로 결정되었다. 이 곡은 정키, 로튼 애플, 닥터코어 911 등과 함께 1990년대 후반의 인디 신을 대표했던 밴드 펄럭펄럭이 단독으로 남긴 유일한 녹음 트랙이다. '뽀뽀뽀'는 랩과 스크리밍 보컬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루브가 탄탄하게 조화를 이뤘다. 원곡의 발랄한 느낌이 하드코어와 묘하게 맞물린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인디 초창기부터 많은 라이브가 펼쳐졌던 홍대 클럽 슬러거에서 촬영했다. 뮤직비디오 '뽀뽀뽀'는 케이블 방송의 음악 전문 프로그램에 자주 노출되면서 인디 음악에 대한 당대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인디 레이블 인디에서 발매한 이 앨범은 레이블 자체의 독자적인 기획과 제작 그리고 유통망을 통해 전파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당시의 인디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1만 3천여 장이나 판매하는 성공을 거두며 인디 음악의 저변 확대에 역할을 담당했다.


인디 음악 초창기에 유행했던 다양한 밴드가 함께한 이 컴필레이션 앨범은 자유로운 발상과 시도로 신선한 매력을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가요앨범 리뷰/고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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