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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첫 기억은 어떤 마음으로 내게 남아 있는 걸까.

by 조매영

첫 기억은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내 첫 기억은 만으로 세 살 때였다. 낮잠을 자다 잠결에 엄마를 부르다 깼다. 평소와 다르게 대답이 없었다. 주변을 살폈다. 엄마가 없었다.


달동네는 울음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내 울음은 누구도 부르지 못했다. 창문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밖을 봤다. 사람은 없고, 간격이 제 멋대로인 그래서 엄마 손을 잡고 오르거나 내리지 않으면 곧잘 넘어지던 돌계단만 보였다.


곱게 개어 있는 이불 더미 위로 몸을 던졌다. 처음만 재밌었다. 두 번째부터는 눈물이 났다. 이불 더미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 이불에 파묻힌 다음 고개를 돌려 엄마의 반응을 보는 것이 좋았다. 고개를 아무리 돌려도 엄마가 없었다.


재밌던 것들이 하나도 재미가 없어졌다. 결국 나가기로 결심했다. 미닫이 문을 당겼다. 열리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해도 소용없었다. 자물쇠 부딪히는 소리만 요란할 뿐 열리지 않았다.


짜증이 밀려와 이불 더미 위로 몸을 던지듯 문에 몸을 던졌다. 문과 함께 넘어갔다.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아프지 않았다. 일어나 신발을 구겨 신었다. 잠시 친구 집 가는 길을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혼자 집을 나서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무섭지 않았다. 무섭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첫 기억을 쓰기로 결심하고 확인차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동생들이 태어나기 전이라고 했다. 둘째 동생과 세 살 차이가 나니 기억과 얼핏 맞았다. 문을 왜 잠겄냐고 물었다. 내가 낮잠을 자는 사이 잠깐 볼 일을 보고 들어올 생각이었다고 했다. 도중에 깨서 엄마 찾는다고 나올까 봐 길을 잃어버릴까 봐 무서워 잠갔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나는 장난스럽게 그런데도 문을 부수고 놀러 나갔네라고 말했다. 그래도 길도 안 잃어버리고 재밌게 잘 놀았다고 말했다. 친구 집에서 놀았던 기억이 흐리게나마 있어서 다행이었다. 수화기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작게 들렸다.


첫 기억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준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고난이 얼마나 남아 있길래 아직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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