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던 해. 나는 종일 밥도 먹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내가 스무 살이라니. 내가 성인이라니. 보호받은 적 없는데 보호받을 수 없는 스무 살이 된다니.
서른 살이 되던 해.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이십 대는 아팠고 두려웠고 무기력했다. 스무 살의 울음은 허망한 이십 대의 복선이었던 것 같았다.
주말 동안 엄마가 내 집에 왔다 갔다. 평일에 몸이 좋지 않아 전화로 앓는 소리를 했는데 걱정이 되었나 보다. 엄마는 하지 말래도 집을 자꾸 치웠다. 널브러진 빨래를 개는 엄마의 정수리를 보니 흰머리가 눈에 띄었다. 나는 엄마에게 염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는 흰머리가 많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맛있는 거나 시켜 먹자고 했다.
엄마는 십 대에는 할머니의 암과 삼십 대에는 아빠의 암과, 사십 대에는 나의 암과, 오십 대에는 자신이 암과 싸워왔다. 담배도 피우고 나이트클럽도 갔다는 엄마의 스무 살이 괜히 내가 그리워졌다.
나는 난산이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산모나 아이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태어나 내지른 내 첫울음은 엄마가 앞으로 겪게 될 고통에 대한 복선이었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엄마는 아빠와 함께하지 않았을 테지. 맞는 나도 없었을 테고 맞는 나를 봐야 하는 엄마도 없었겠지. 아빠가 암에 걸린 것을 보지 않아도 되었겠지 내가 아팠던 것을 보지 않아도 되었겠지. 내가 아팠을 때 해준 것이 없다며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겠지.
엄마의 흰머리를 보며 울지 않는다. 우는 순간 무언가 시작될 것 같았다. 맛있는 거나 함께 평생 먹었으면 좋겠다. 나는 마저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