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해법 #1
간섭쟁이 잘난 상사

by 김종달

A의 사연은 이랬다.


나만 잘났다는 상사가 너무 싫어요.

그는 사사건건 제 일에 간섭해요.

솔직히 그는 유능한 데다, 부장님의 스타일에도 잘 맞춰서 항상 인정받아요.

하지만 제 방식은 틀렸다고만 하고 그의 방식만 맞다고 하니 속상해요.

제 방식대로 하면 고집부린다고 하고, 일이 안 풀리면 거봐라~하는 식이에요.

저만의 방식으로 뚝딱뚝딱 잘 처리해서 인정받고 싶지만, 실제 그의 방식이 맞을 때가 많아 속으로 화만 삭혀요.

잦은 간섭 때문에 작은 것도 일일이 물어봐야 할 정도로 자신감이 잃었어요.

그와 일하기가 너무 싫어요. 팀이 싫진 않지만,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싶어요.


[종달새의 눈]


평온한 직장이란 동료끼리 서로 인정하며 격려하는 일터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인정하고 격려하진 못할 망정, 무조건 자신의 색만 강요하는 상사를 만나 힘드시겠네요. 그는 비록 자신의 일도 잘 처리하고 부하의 일도 잘 챙기지만, 포용력이 부족해 오히려 자기 시간을 들이고도 부하의 미움만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밉상이지만 잘난 상사를 만난 당신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다른 팀으로 옮긴 나가 아니라, 그의 간섭에 휘둘리지 않도록 실무 능력을 키우고, 그가 불 붙인 분노를 다스리는 나입니다.


분노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감정은 더 나은 나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입니다. 그저 사람만 좋은 상사를 만났다면 당신은 성장하지 못할 거예요. 매일 허허~ 웃기만 하고 다 괜찮다고만 하니, 당신은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온실 속 화초로 자라다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능력을 기르지 못한 당신의 자리부터 위기에 처하겠지요.


다행히 당신에게는 성장 에너지가 주어졌습니다. 분발해서 그의 방식과 자신의 방식을 치밀하게 분석하세요. 비록 사람 됨됨이는 밉지만, 그의 능력을 배우는 겁니다. 그가 밉게만 느껴진 원인 중 하나도 당신의 분석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밑바닥까지 분석했다면 마음이 미움으로 똘똘 뭉치지 않고, 그의 방식에서 논리적으로 옳고 틀린 점을 발견하기에 이르렀을 겁니다. 그가 옳았던 부분은 진정으로 수긍해서 그의 능력을 존중하고 본받아야 합니다. 틀린 부분이 있으면 겸손하게 조목조목 반박해야 합니다. 물론 당신이 그에게 인정받을 때도 있겠지만, 당장은 논리적으로 맞서도 많이 깨질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의 도끼를 날카롭게 갈아 실무능력을 다듬어야 합니다.


당신이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분명 제 말이 귀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이렇게 외치기 때문이에요."그래도 전 그가 싫다고요. 그의 말 한마디 조차 듣기 싫고 그의 그림자 조차 보고 싶지 않다고요!"


당신의 내면에서는 수시로 그에 대한 분노가 울컥울컥 솟아 나와요. 당신 안에 분노가 쌓여 그에 대한 나쁜 감정이 응어리졌기 때문이죠. 분노는 에너지지만, 적당해야만 분발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요. 지나치면 자신을 모조리 태워 버린답니다. 과유불급이죠. 당신의 넘쳐흐르는 분노를 낮춰야 해요.


당장 내 몸이 아픈데, 진통제 없이 한약만 달여 먹기엔 너무 아프죠? 진통제 처방을 소개할게요. 그에게 커피든 과자든 간식을 많이 사주세요. 그를 위해서는 한 푼도 쓰고 싶지 않겠지만, 절대 그 돈은 그가 아니고 당신을 위해서 쓰는 겁니다. 또한 '에이!~ 이것 가지고 그를 미워하는 마음이 바뀌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를 미워하는 마음이 어느새 당신을 잠식해 버렸듯, 그 미움을 당신에게서 한 걸음씩 밀어낼 수도 있답니다.


이는 심리학의 '인지부조화의 원리'를이용한 것이에요. 사람은 인식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하죠. 그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복수해 주고 싶은 거죠. 하지만 그에 친절한 행동을 하면 뇌는 잠시 혼란에 빠지지만 새롭게 균형을 맞추죠. 미워하는 마음은 낮추는 방향으로요. 여기엔 한 가지 보너스도 있습니다. 그의 태도 또한 바뀌는 것이죠. 마케팅을 할 때, 소비자에게 미끼 상품을 쥐어주면 소비자는 저도 모르게 물건을 사게 되는 원리입니다. 당신에 대한 그의 간섭 또한 차차 부드러워질 겁니다.


체질을 개선하는 한약처럼, 근본적인 처방도 필요합니다. 사람이 괴로운 이유는 자신의 '판단 잣대'가 현실보다 높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첫 번째 잣대는 '일을 잘 하기 이전에 인간부터 되어야 한다'입니다. 일은 잘 하지만, 아직 인간이 덜 된 그로 인해 당신은 괴롭죠. 두 번째 잣대는 ' 내가 알아서 뚝딱뚝딱 잘 처리해야 유능하다'입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인정받고 싶은데, 나만의 방식이 통하긴커녕 매번 그에게 걸려 넘어지니 괴로운 겁니다.


과연 당신은 지혜롭게 판단의 잣대를 취하고 있나요? 첫 번째 판단 기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능력보다는 사람됨이 우선해야 합니다. 당신의 판단 기준은 합리적이지만, 조금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오지랖만 넓어서 엉뚱한 소리로 간섭하는 것보다는 낮지 않으냐!'라고 판단의 기준을 낮추는 것입니다.


미움은 주변의 가장 나쁜 악인에게 집중됩니다. 분명 지금의 그보다 더 나쁜 악인이 있다면 그는 안중에도 없고 더 나쁜 악인에 대한 미움만 가득할 것입니다. 또한 그가 당신을 떠나도 당신 안의 미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보다 덜한 악인이 당신의 미움을 온통 살 거니까요. 인간은 끊임없이 주변의 불합리한 부분에 집중하고 고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존재하지 않는 악인ㅡ능력도 없고 오지랖은 넓은ㅡ을 세워 그에 대한 미움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두 번째 판단 기준은 명백히 당신의 착각입니다. 정답만이 존재하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우리는 모든 상황에 확고부동한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잘 하는 최고의 업무방식 또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상사의 의도와 취향에 맞게 처리하는 게 정답입니다. 자기 안에 닫힌 답이 아니라, 주변으로 열려 있는 답을 찾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상사에 맞춰 일을 처리하는 그를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하는 기업도 최고의 제품을 만든 기업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든 기업이잖아요.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아이폰은 '설명서가 필요 없는' 쉬운 스마트폰을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아이팟 이전에는 우리나라 업체들의 MP3 플레이어가 세계를 휩쓸었어요. 하지만 메모리 방식이라 10-20곡 밖에 저장할 수 없어, 기존 곡을 지우고 넣길 반복해야 해서 번거롭기 그지없었죠. 하지만 애플은 하드디스크 방식으로 수백 곡을 저장할 수 있어 성공했습니다. 즉, 고객과 소통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의 원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성공합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은 상사죠. 그러니 상사와 부지런히 소통하고 상사에 맞게 일하는 게 정답입니다.


공자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논어 <팔일편>에는 공자를 비판한 사람이 등장합니다."공자가 종묘(왕실의 사당)에 들어가서 매사에 꼬치꼬치 묻더라. 누가 공자 보고 예를 안다 했는가?"라며 공자를 비난합니다. 그러자 공자는 대답했죠. "이것이 예다!" 예는 관습을 존중하는 것이다. 즉, 기존의 방식을 존중해 따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신 또한 임원과 소통하는 상사를 만나야 편하지 않던가요? 임원의 요구를 잘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하니, 그만큼 수정 작업이 적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불통하는 상사 때문에, 임원에게 깨지고 보고서를 여러 번 수정하진 않았나요?


당신은 얄미운 그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는 단지 실무적인 유능함과 윗사람의 인정만을 받을 뿐입니다. 자리가 높을수록, 부하의 진심 어린 호응 없이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부하의 마음을 얻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을 겁니다. 나아가 그의 소통하는 실무능력을 익히고 판단 잣대를 유연하게 취하는 지혜로 감정을 다스린다면, 평온한 감정으로 유능하게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멋진 상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