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해법 #2 일과 삶의 균형

by 김종달

직장인의 로망 "9 to 6". 직장인은 정시 퇴근을 희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열악하다. 일이 많아서 엉덩이를 떼지 못하고, 눈치가 보여 몸뚱이를 빼지 못한다. 심지어 정시 퇴근은 고사하고, 비상사태라고 위협하여 출근시간만 당기는 회사도 있다.


퇴근이 늦을수록 인간다운 삶을 갈망한다. 시간에의 집착 또한 강렬해진다. 그래서 일과 삶의 균형 또한 정시 출퇴근의 관점으로만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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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 시간의 관점만으로는 풀기 어렵다. 아무리 정시 퇴근을 해도 녹초가 되도록 혹사당한다면, 저녁을 음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도 남아나질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무직은 일감이 들쭉날쭉하기에 매일 일정한 일만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할 순 없다. 시간의 관점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면 '일'과 '시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즉, '일의 내용이 무엇인가'와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가'를 같이 보아야 한다.


정시 퇴근을 막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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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일은 많지 않은데 눈치가 보여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다. 야근이 아니라 '야간 대기'다.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여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조직의 분위기상 퇴근할 수 없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말하자면,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퇴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선택한 것이다. 소중한 저녁 시간을 사무실에서 허비하고 충성으로 포장해 불이익을 받지 않기로 말이다.


여태 무의식적으로 지나친 순간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자. 불이익을 받지 않는 대신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집단과 생사를 같이할지 vs 불이익을 받을 순 있지만 자신만의 일상을 가꾸고 자신의 길을 개척할지. 자신의 직장은 안정적이라 눈치만 잘 보면 정년퇴직할 수 있으니, 그저 인생을 허비하겠다고 선택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급변하는 오늘날에는 그 어디에도 안정된 직장은 없다. 공무원에게도 성과평가의 칼날이 드리워지고 공기업은 민영화되려 한다. 각 분야의 AI가 등장해 수많은 일자리를 증발시킬 것이다. 야근 흉내나 내고 충성 경쟁이나 하는 회사나 부서가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겠는가. 능력의 빈자리를 능력이 아닌 충성으로 채우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로 결정했다면, 필자의 이야기가 힘이 됐으면 한다.


상사는 충성을 중시했다.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면 안 됐고, 일주일에도 수 차례 술자리에 동석해야 했다. 필자 또한 고분고분 집단의 삶을 살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상사의 충성 요구는 끝이 없으며, 개인의 삶은 무한히 피폐해질 뿐이란 것을. 이를 깨닫고는 맡은 일이 끝나면 여지없이 퇴근했다. 그 해 인사고과? 당연히 좋지 않았다. 반면 충성을 바친 직원의 고과는 좋았다. 그는 상사가 출장 가면, 한 시간이 넘도록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 오기도 했다. 자리에 앉아서도 메신저에 여념이 없었다. 동료에게는 불친절했으나, 고과권자에게는누구보다 친절했다. 할 일이 없음에도 퇴근하라 할 때까지 기꺼이 남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그의 경력은 제자리다. 하지만 필자는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고, 글쓰기를 틈틈이 익힌 덕분에 다음 달 첫 책을 출간하게 됐다. 더 이상 직장에 목매지 않아도 됐다.


자신만의 길을 간다면 당장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겠지만, 당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손해 역시 자신을 채찍질하는 동기가 될 것이며, 상실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한 힘이 될 것이다.



둘째,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이지만, 업무량이 많은 경우다. 부서든 팀이든 당신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 공자는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라고 했다. 즐기지 못한다면 필히 즐기는 자들보다 서서히 뒤처질 것이다. 애매하게 세월만 흘러 퇴출되면 미래를 준비하기가 더 어렵다.


계획을 세워 스스로 떠나자. 1단계는 퇴근시간을 당겨 퇴근 후에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업무마다 마감시간을 정하는 등 업무를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고 퇴근하자. 애써 마련한 금쪽같은 저녁시간에는 미래를 대비하자. 세상을 관찰하고 책을 읽고 관심 분야의 사람도 만나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다양한 경험을 쌓자. 효율을 높여 일찍 퇴근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면 2단계를 준비하자. 퇴사 후 계획을 짜고 필요한 자금을 모으면 퇴사하는 것이다. 물론 가족의 반대가 심하거나 몹시 불안하다면 휴직할 수도 있다. 자금이 모일 때까진 버티자. 도피하듯 공백기에 접어들면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를 버티며 마련한 악과 깡은 흔들리지 않는 공백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


사원 시절, 사수가 연수를 떠나고 회사엔 사고가 터져 어려웠던 적이 있다. 사수의 몫까지 해내야 했지만, 사고를 처리하느라 아무도 필자를 도와줄 여유가 없었다. 한 달 동안 340시간 가까이 일했고(하루 8시간을 일한다면, 한 달은 약 170시간이다), 퇴근해서도 업무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한 달이 지날 무렵, 변치 않던 몸무게는 5kg이 줄었으며 때때로 손이 마비되어 펜조차 쥘 수 없었다. 지금은 그 일을 하지 않아 경력에 전혀 도움되지 않았지만, 어떤 고난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 후 5년이 지났지만 다행히(?) 그것보다 힘든 고난은 만나지 않았고, 크고 작은 어려움에도 지금까지 헤쳐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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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자신이 원하는 일이지만 업무량이 많은 경우다. 야근이 극심하다면 당연히 회사를 떠나야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지치면 진절머리를 치기 마련이다. 아무리 달리기가 좋아도 마라톤을 100m 달리기처럼 뛸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경력을 쌓을 몇 년 동안 버틸만한 야근이라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원하는 일을 상사에게 배우고 동료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크나큰 기회다.


상사의 가르침은 어둠 속의 한줄기 빛이며, 동료와 함께함은 삶의 크나큰 원동력이다. 필자가 원고를 완성해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을 때 수없이 거절당했다. "출간 방향이 다르다"는 막연하고 한결같은 답변으로 거절당했다. 오히려 거절 답변조차 받지 못할 때가 훨씬 많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조언을 받을 사람도 없어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혼자서 자기비판하고 혼자서 고치는 것? 말이 쉽지 정말 어렵다. 평소 회사를 그리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당시에는 회사가 너무 그리웠다. 잘못하면 혼내주고 모르면 가르쳐줄 상사가 있었으며, 힘들면 도와줄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 출간은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 외로움과 싸워보지 않은 자는 동료의 중요함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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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었기에, 당신은 이 글을 읽었을 것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현재의 삶을 이상적인 삶으로 순식간에 바꿀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이 원한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순 있다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자신이 원한 삶으로 한 걸음씩 내딛길 바란다. 지금 당장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두고 불평하기보다, 변화를 위해 내딛는 작은 걸음에 의의를 두길 바란다. 그럼 어느새 당신이 원한 삶에 이를 것이다. 원하는 삶을 누리는 권리는 한탕주의에 젖은 자의 몫이 아니라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딛는 자의 몫임을 잊지 말자.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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