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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Jun 11. 2019

31. 마음으로 나를 활용하기(5부: 내공)

훌쩍 자란 내공 앞에 첫판 대장은 시시할 뿐이다

| 스테이지 1 |

단출한 무기를 지급받았다.

천신만고의 고생 끝에 첫판 대장을 물리쳤다.


| 스테이지 10 |

다양한 무기를 획득해 막강한 공격력을 갖췄다.

첫판 대장이 종종 등장하지만, 가뿐하게 해치운다.


인생은 게임과 같다. 어린 시절은 게임의 첫 번째 스테이지다. 지금에 비하면 살기 참 편했다. 부모님의 보호 아래 위협이 되는 적들이 없었고, 따라서 긴장하거나 쫓길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편하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었다.


당신의 성장은 현재진행형


 성장하면서 조금 더 어려운 일들을 겪고 나니 생존 능력이 향상되었다. 지금의 생존 능력으로 어린 시절을 산다면 정말 편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밥 이외에 소박한 간식거리와 장난감이 전부다. 지금은 비록 삶이 힘들더라도 돈을 벌어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다. 간섭받지 않을 자유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어른의 맛을 안다.

 어린아이가 사탕을 잃어버리면? 원통함에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탕 하나 잃어버렸다고 울지 않는다. 더 소중한 것도 잃어봤고, 더 큰 아픔도 겪어봤다. 삶이라는 게임에서 수많은 스테이지를 해결했고 그만큼 내공을 쌓았다. 예전의 나에게는 고통이며 시련이었지만 오늘의 나에게는 별것 아닌 것들이 많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때는 복사기 앞에서도 쩔쩔맸다. 몇 년의 직장 생활을 겪으며 많은 무기를 획득했다. 엑셀과 워드, 파워포인트 같은 오피스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업무의 맥을 읽는 능력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 모두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횡설수설 소설을 쓰던 보고서는 이제 팩트와 논리를 갖춘 비즈니스 보고서로 제법 구색을 갖췄다.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제법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신입사원 시절 끙끙거렸던 일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의 고통을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당신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지난날의 시련이 이제는 고통을 줄 수 없듯이, 오늘 당신이 겪은 고통 또한 훗날 하찮아질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소중한 현재를 너무 많이 소모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자.


극한으로의 여행


 게임에는 보너스 스테이지가 있다. 화면 가득 채워진 보석과 무기를 획득하면 캐릭터가 몰라보게 성장한다. 수많은 스테이지를 넘느라 고생한 당신을 보너스 스테이지로 초대한다. 바로 시간과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한 사람의 세계는 보는 만큼 확장된다. 세계가 확장되면 눈앞의 고난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첫째, 극한 공간으로의 여행이다. 몸은 마이크로미터에서 킬로미터 사이의 구간을 살아간다. 사실 마이크로미터 보다 작은 물체는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다. 다이아몬드를 볼 수는 있지만 하나의 탄소 원자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밤하늘의 별처럼 수십 킬로미터 밖을 벗어나면 어느 것이 멀고 가까운지 구분할 수 없다. 이처럼 사람은 아주 좁은 구간을 인지하며 살아갈 뿐이다.

 반대로 마이크로미터부터 킬로미터까지의 구간을 벗어나 사람을 관찰해보자. 극소의 원자 세계와 극대의 우주 세계에서 바라보면 몸은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크거나 혹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 어떤 물리적 영향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극소의 세계로 떠나보자. 우리 몸은 60조 이상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는 원자로 구성된다. 원자의 세계는 대부분 허공이다. 꽉꽉 채워져 있다고 여긴 몸은 사실 허공에 먼지가 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 먼지인 원자핵과 전자를 쪼개고 쪼개면 결국 입자는 사라지고 파동만 남는다. 실체가 아예 없어져버린다. 실체라는 몸통은 온데간데없고 주위를 꿈틀거리게 하는 아지랑이만 남는다. 극소의 세계에서 몸이라는 실체는 사라진다.

 몸은 매우 엉성하게 짜인 천을 돌돌 감아놓은 허수아비와 같다. 실과 실 사이의 공간은 대부분 텅 비어 있다. 이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은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고 손가락으로 막는 것이다. 그럼 손가락을 통과해 새어 나오는 주황색 불빛을 관찰할 수 있다. 빛은 말한다. 몸은 엉성한 천으로 돌돌 감겨 있는 빈 공간 투성이라고. 그 빈 공간을 통해 빠져나왔노라고.

 극대의 세계로 떠나보자. 몸은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는 너무 작아 보이지 않는다. 몸뚱이로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우주 전체로는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 극대의 세계에서도 몸이라는 실체는 전혀 측정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극한 시간으로의 여행이다. 시간은 어디서든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시간의 빠르기는 중력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중력이 큰 밀러 행성이 등장한다. 이곳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이다. 주인공은 불과 3시간가량 체류했을 뿐인데, 행성을 탈출하자 23년이 지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지구보다 중력이 아주 크거나 작은 곳의 세상도 상상할 수 있다. 밀러 행성보다도 훨씬 중력이 큰 곳에서는 1초도 안 되는 시간이, 지구에서는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만큼의 시간일 수 있다. 반대로 지구에서는 1초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중력이 매우 작은 행성에서는 강산이 몇 번이고 변할 것이다. 지구에서는 수십 년이 걸릴 일인데도 말이다.

 중력이 아주 큰 곳에서 지구를 관찰하면 어떨까? 사람과 돌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한 평생을 관찰해도 내부 생체 반응은커녕 외형적 움직임조차 관찰할 수 없다. 그곳에서의 한 평생은 지구의 1초보다 짧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력이 아주 작은 곳에서 지구를 보면 사람과 먼지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흙 위에 살짝 떠오른 먼지가 다시 흙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흙길에 발을 디디면 발 주위에 먼지가 일었다가 내려앉는 것과 같다. 눈 깜빡할 새 지구인이 태어나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왔다가 순식간에 흙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공간을 잘게 쪼개니 원자의 세계가 나온다. 하지만 이 세계는 너무 작아서 사람의 일상 세계와는 전혀 영향을 주고받지 못한다. 몸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원자의 세계를 합치다 보면 사람의 일상 세계가 구성되며 몸이 존재한다. 계속 합치다 보니 우주 전체가 된다. 이 세계는 너무 커서 사람의 일상 세계와는 전혀 영향을 주고받지 못하며, 몸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잘게 쪼개니 시간의 길이가 0이 된다. 그 어떤 생명 반응도 일어날 수 없다. 몸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시간을 합치다 보니 신체의 생명 반응과 삶이 구성된다. 몸이 존재한다. 계속 합치다 보니 우주의 시작과 끝을 아우른다. 우주의 시간은 너무 길어서 사람의 일상과는 전혀 영향을 주고받지 못한다. 몸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도 공간도 같은 원리다. 존재를 분리하니 존재가 없어지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합치니 존재가 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어떤 존재든 시간과 공간의 특정한 구간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상대적으로 존재하지,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에겐 인간 세상이 분명 실재하는데 대부분의 우주 세계에서는 환영에 불과하다. 존재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우주는 존재와 비존재의 공존이다.


 우주의 극소에서 극대로 떠나는 여행은 만만치 않다. 직접 체험할 수 없고 오로지 생각으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실의 고통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깟 우주여행을 상상해서 뭐가 달라지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극대와 극소의 공간을 오가고, 극단과 극장의 시간을 넘어 여행을 다니면 시야가 넓어지고 의식이 확장된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고통을, 이제는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볼 수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고통도 잠깐에 불과하며, 크기를 알 수 없는 큰 고통도 티끌에 불과하다. 숨 막히는 현실을 여유 있게 바라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셋째, 인류 역사로의 여행이다. 인류 역사에 무수히 많은 사건이 있었기에, 인생의 모든 해답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문제를 지혜롭게 풀고 싶다면 역사를 공부하면 된다.

 이야기가 넘쳐나기 때문에 역사는 재미있다. 고소한 콩고물이 듬뿍 묻은 인절미를 쫀득쫀득 씹는 것과 같다. 콩고물의 고소함에 저절로 떡을 쫀득쫀득 씹게 된다.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지면 참된 의미를 음미하고 깊은 지혜를 얻는다. 장구한 세월 동안 수많은 사건을 겪은 현자가 된다.


 넷째, 직접 몸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해외여행처럼 먼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도 있지만, 가까운 곳으로 가도 무방하다. 제자리에 있어도 낯선 것을 접한다면 이 또한 여행이다. 여행이란 익숙함과 이별하고 나그네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은 짧다. 식상한 자극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자극을 많이 접하자. 새로운 자극을 접하는 만큼 사람은 더 성숙해진다. 입력 정보가 많을수록 마인드 프로그램은 진화한다.


 휘황찬란한 도시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밤하늘의 별을 보지 않는다. 가끔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정작 내가 왔던 곳과 돌아갈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주에서 왔고 우주로 돌아갈 것이다. 대지와 하늘을 보지 않으니 자신이 우주임을 망각한다.

 석양을 보지 않아 시간의 흐름을 망각한다. 지평선을 보지 않아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망각한다. 시공간의 좌표 없는 인터넷과 대중매체의 신기루 속에 갇혀 있다.

 말초적 자극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라. 여행을 다니다 보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이 아주 작아져버린다. 고통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받아들이는 자신이 훌쩍 커버리기 때문이다.


다음 편 - 32. 마음으로 나를 활용하기(6부: 조력자)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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