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 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책 중에서 -
사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잘 사는데 관심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잘 살아도 죽지 않을 도리는 없다. 사형 집행일과 집행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 살아있는 인간은 모두 사형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잘 죽는 문제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실존주의 철학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지 고민하려고 권한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하겠기에, 실존주의는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것이 내가 실존주의에 접근하는 실용주의적 방법이다. 삶은 곧 죽음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죽는다. 지금 책을 쓰는 나도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모두 죽는다. 이것이 바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부조리이다. 인간은 태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숨을 한 번 들이 마시고 내쉴 때마다 한 걸음씩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다 살면 그 때 죽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조금씩 죽어간다. 죽음은 단지 삶의 이면을 뿐이다. 삶과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함께 완성된다. 쉰다섯 해를 산 나는 이미 쉰다섯 해 죽은 것이다.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에 삶은 허무하다고 말하지 말자.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 역이 옳다.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 책 중에서 -
연대는 일과 놀이를 함께하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구현되지만 또한 그것을 넘어선다. 세금을 납부하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투표를 하고, 정당을 만들고, 이웃을 돕고, 시위를 하고, 유기동물을 보살피고, 아프리카 어린이의 교육을 후원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구하고,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자제하는 행위들은 모두 사회에, 국가에, 인류에, 생명에, 지구 행성에 대한 귀속감을 느끼고 표현하는 일이다. 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일, 놀이, 사랑과 함께 의미 있고 기쁜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이것 없이는 삶을 완성할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도 없다고 나는 믿는다. (중략) 정치에 뛰어든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바른 목표를 추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을 잘 해내지 못했다.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가치관이 뚜렷하고, 정책에 밝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기본일 뿐이다. 정치를 잘하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자기의 마음을 잘 다스려 다른 사람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모아 함께 사회적 선을 이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 책 중에서 -
참으로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 세계는 삼차원을 가지고 있는가, 정신은 아홉 개 또는 열두 개의 범주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이후의 일들이다. 그것들은 장난이다. - 카뮈 -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카뮈는 물었다. 그냥 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삶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오늘 하루 그 의미를 충족하는 삶을 살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우리는 각자 정체성이 다른 자아들이다. 누구도 타인에게 삶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대신 결정해줄 수 없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나름의 답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삶은 훌륭한 수 없다. 아무리 많은 돈과 큰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해도, 의미를 모르는 삶은 비천하고 허무할 뿐이다. (중략)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잊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 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없는 것이다. - 책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