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후 끄적끄적
에든버러에서 시작해서 런던에서 끝맺은 영국 여행.
가장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를 여행하는데 삼각대를 들고 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도시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각적'이기 위한 빛이 충분하고 그 빛이 '아름답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면 곧 아름다운 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빛이 없는 밤에 도시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눈호강을 배불리 할 만큼 물리적인 빛이 충분한 활동적인 도시라는 것, 그 빛을 미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사용할 정도로 심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관광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곳들을 살펴보면 물리적으로, 심적으로 여유가 있는 도시들이다. 글쎄, 심적인 여유가 어떻게 눈에 보이냐며 반문할 수 있겠지만, 맞다, '보이지'는 않는다. 심적인 것은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이기에 보는 것보단 직접 체'감'해 보면 '아 이런 게 여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런던은 밤이 아름다운, 야경이 정말 아름다운, 그런 도시였다. 와-라며 감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도시. 그 모습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도시.
빛은 바쁘면 많아진다. 하지만 아름다운 빛은 사라진다.
붐비는 차량들과 높게 솟은 건물들이 밤하늘 별들을 가리며 빛을 뿜어내는 도시들은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서 답답함만을 느낄 뿐, 여유라는 감정은 느끼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어색한 일만도 아니다. 심적인 여유를 쫓는 것은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사치라 여겨져 그 가치가 종종 평가절하되어왔음은 우리 모두 익히 잘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럼에도...
오늘 역시 런던의 밤은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 심적 여유를 갈망하니까.
2016.12.18. London, UK
뭔 사진을 이리 많이 찍었나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