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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얕은 건축, 도시

교환 46일 차 잡담

by 고등어


타이쿤

마니아


나는 타이쿤 류 게임을 좋아했다. 초중생 시절에는 롤러코스터 타이쿤, 주 타이쿤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대학 와서는 심시티, skylines 등등.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 꽤 즐거웠다. 여기에 이런 건물과 길이 있고, 길 양옆에 대칭으로 나무가 있으면 예쁠 것 같고, 아 그래, 트램은 여기 여기를 연결하면 편하고 보기도 좋겠구나 하면서.



동물 우리를 짓고, 동물과 사람이 모두 만족할 만한 구도를 생각하고,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재밌는 롤러코스터를 설계해보고, 기반 시설은 잘 갖춰지면서도 교통의 흐름은 막힘이 없는 그런 도시를 구상하고. 글쎄, 생각하기만 해도 즐거운 일들이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 되돌아보니, 남는 게 시간이었던 초중교 시절에는 종이에 내 도시의 지도를 그려보기도 하고, 과거 문명의 건물들은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해보고, 오늘은 집에 가서 어떤 동물원을 만들어볼까 상상하며 혼자 잘 놀곤 했던 것 같다.


여하튼, 도시와 건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한강 철교 위를 지나가는 지하철을 볼 때나, 빌딩 위에서 높은 건물 사이로 직선으로 뻗은 넓은 도로를 볼 때, 미술관을 겸한 복층 버스 터미널이 지어질 때,


내 고개 한 번쯤 돌릴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얕게, 건축과 도시

느껴보기


미약하게나마 꿈틀거리며 내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일종의 '도시 덕력'은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대학에 와서 폭발해버렸다. 비행기를 좋아해 대학 학과도 항공 쪽으로 선택했지만, 건축, 도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 흥미가 남아있던 나는 건축학과 쪽 과목을 신청하며 주전공보다도 더한 두근거림을 느끼는 기현상을 경험. 더군다나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가기로 마음먹으니, 건축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구는 급격히 치솟는데... 서양 건축의 역사를 알고 그 본거지인 유럽 대륙을 누빈다면, 캬, 얼마나 값지고 알차고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겠는가! 결국 난 주전 과목이 하나 겹치는 상황이었음에도 과감하게 건축 역사와 관련된 수업을 수강했다.

하늘과 건물이 아름다운 네덜란드 _ Amsterdam Museumplein

자, 그렇게 전공까지 옮겨(버려)가며 건축 수업을 듣고 온 유럽! 어떻냐고?

사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 보이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속에서 꿈틀대는 두근거림에게 미안해서인지, 최대한 아는 척, 느끼는 척 하며 보이는 척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앞으로, 아마추어마저 아닌 내가 그저 '좋다는' 감정만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느껴보는 것들을, 무엇이던 시작은 미약한 법이라는 마음가짐만을 가지고 뻔뻔하게, 감히,


건축과 도시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좋으니까.


2016.10.16. Delft, Netherlands
방에서, 건축 공부를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주전공 시험 준비하던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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